정부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LG화학 등의 유효법인세율은 이미 해외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국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세수확보, 해외사례 등 5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미국과 일본이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법인세 인상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감세법안(현행 35→20%)이 지난 16일 하원을 통과했으며, 일본도 지난 21일 '2018년 세제 개편'에서 설비투자 및 임금인상 촉진을 위해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30%에서 25%까지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LG화학 등의 유효법인세율은 해외 경쟁기업보다 이미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현 법인세율의 세부담도 상당하다고 한경연은 봤다.
지난 5년간(2012~1016년)의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경쟁사인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전자는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율 역시 83.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애플(44.2%), 인텔(57.6%), 퀄컴(42.7%) 등의 기업은 명목세율 대비 실제 부담하는 비중이 절반에 불과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LG화학(25.1%)은 업계 1, 2위인 미국 다우케미칼(24.7%)과 독일 바스프(21.5%) 그리고 일본 도레이(22.9%), 대만 포모사(30.6%)보다도 높은 법인세율을 부담했다. LG화학이 부담하는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중 역시 103.7%로 경쟁기업보다 높았다.
한경연은 "일각에서 법인세 인상 대상 기업의 수가 129개(2016년)에 불과하다"며 "극소수 기업에만 부과하는 법인세 인상은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수는 전체법인 수 대비 0.02%에 불과했지만 전체 당기순이익의 36.3%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했고, 나아가 전체 법인세의 49.2%를 부담해왔다는 점에서다.
법인세 인상 정책은 전체 법인세의 반을 부담하는 기업 대상이기에, 더욱 더 정책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또한 한경연은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3%p) 없이도 내년 법인세수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9월까지 법인세수가 15%이상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올 3분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법인세차감전)이 전년동기 대비 48.2% 늘어남에 따라 내년 법인세수 역시 올해 실적 호조를 반영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법인세율 내에서도 충분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법인세율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했다.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결과적으로 법인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최근 10년(2005~2014년)간 법인세율을 올린 OECD 회원국 6개국 가운데 3개국의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간 동안 법인세율을 인상한 6개국(포르투갈·칠레·프랑스·헝가리·슬로바키아·아이슬란드)의 법인세수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3개국 포르투갈(5.4%), 프랑스(8.8%), 헝가리(13.7%)의 경우 법인세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에서 왜 법인세를 인하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