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저소득 근로자를 고용해 임금을 더 줄 경우 세제혜택을 준다며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도입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일부 개선해 연장한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구조적 한계로 정책적 실효성이 미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이 제도가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같이 이중과세 성격이 있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의 평가와 정책적 시사점 :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일몰이 종료되면서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가 신설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으로 쓰지 않은 금액(미환류 소득)에 대해 10% 세율을 적용해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3년간 한시 도입됐다.
정부가 이번에 신설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상생지원(상생협력기금, 협력중소기업 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지원)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20%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2018년부터 3년간 한시 적용된다.
보고서는 올해 발표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일부 개선해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환류대상과 가중치가 일부 조정된 것 이외에는 기본구조와 적용대상이 같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투자·임금증가 등 환류대상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과세한다는 점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특히 보고서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책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동일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기존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3년여간 운영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보면 정책 실효성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증대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2015년도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적 중 가계소득과 직결되는 임금증가 부분이 미흡해 가계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기에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가집계한 자료(2015∼2016년 4월)에 따르면 환류금액 총 139조5000억원 중 투자가 100조8000억원(72.3%), 배당이 33조8000억원(24.2%), 임금증가가 4조8000억원(3.4%)으로 가계소득과 직결되는 임금증가를 통한 환류는 매우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는 세수 469억원 가량이 추가적으로 발생해 기업부담만 늘어나는 꼴이 됐다.
헌법상 검토 결과에서도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도 동일한 법적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중과세 성격이 있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에 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목적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단의 적절성 측면에서도 기업소득이 반드시 가계소득으로 환류된다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증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다.
비슷한 제도가 있는 일본에서의 경우 지난 2016년 내부유보과세의 경제적 효과가 한정적이기에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기업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배당소득 적자 증가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사익의 침해가 발생했고, 그 사익의 침해는 실효성 없는 것으로 판명된 공익(가계소득증대)보다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실효성이 없고 위헌 소지도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실질적으로 연장된 것이므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도입은 국제적 추세와 맞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몇 년 새 기업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초(超)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및 대기업에 대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제 신설 등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와 상생협력을 촉진한다는 목적을 지닌 사내유보과세는 국내외에 유례가 없어 이번 제도가 도입된다면 갈라파고스 정책의 전형이 될 수 있고, 기존 국내외 사내유보금 과세는 개인배당소득세 회피방지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국내 세부담이 늘면 기업의 국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국외에서 번 소득은 해외에 쌓아두고 현지에 법인세를 내는 회사들이 늘어날 수도 있어 오히려 세수감소와 경제적 효율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소득환류세제보다 더 엄격하게 환류대상과 세율을 규정해 기업의 사적자치를 더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는만큼 제도 도입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