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섀도 보팅 폐지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의 의결권 제한하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섀도 보팅과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기업의 경영권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각각 폐지와 처분강제,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주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자기주식 처분 강제는 상법의 기본적인 입법정책에 역행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섀도 보팅이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대주주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기 위해 연말 섀도 보팅이 폐지되는데, 이로 인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는 기업들이 생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섀도보팅 폐지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의 의결권 제한에 관한 규정 등이 기업에 과도한 규제가 된다며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회의원 권성동,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3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 세미나를 개최, 홍복기 연세대 교수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의결권 제도의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갑래 자유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홍복기 연세대 교수, 김성탁 인하대 교수./한국경제연구원
이 세미나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실과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새도 보팅 폐지에 따른 의결권 제도의 검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섀도 보팅 폐지에 따른 의결권 제도가 검토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주주총회에 의사정족수 개념을 도입하고 의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또한 "3% 룰은 주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3%룰이란, 감사 선임시 모든 대주주는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제도다.
그는 "3% 룰은 미국이나 일본 등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로, 적대적 M&A 세력이 연합해 감사를 선임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총 정족수에 대한 상법 규정은 개별회사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 다양성과 자율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 역시 "전자·서면 투표의 낮은 실효성, 자문사에 의지하는 기관투자의 의결권 행사 행태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주총 결의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철송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주식 의결권 제한 검토' 주제 발표에서 "자기주식 관련 상법 개정안 내용이 상당 부분 불필요하다"며 "특히 자기주식 '처분'의 강제는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취급하는 상법의 기본적 입법정책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법개정안 내용 중 소위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며 회사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한 부분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가 아니라 대주주 지배력 확대로 보는 착시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필요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기주식의 본질에 대해 자산으로 미발행주식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부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처분방법 제한은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과 함께 논의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일정 기준 이상 취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위한 불가피성 역시 고려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의 공동 주최자인 권성동 의원은 "기업에게 지나친 규제 부담을 지우는 것은 국민들의 생활과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말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과 김재철 코스닥협회장도 주주총회 정상화 방안의 마련과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환경이 주요국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