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77개의 기업의 법인세가 연 2조원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재계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그간 쟁점이 된 증세안과 관련해, 지난 4일 여야가 합의대로 소득세 인상안은 정부안을 유지하는 대신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25%)을 적용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300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법인세 과표 구간은 ▲0원~2억원 미만(10%) ▲2억원~200억원 미만(20%) ▲200억원~3000억원 미만(22%) ▲3000억원 초과(25%)로 나뉘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따르면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은 약 77개로 법인세수 효과는 2조3000억원이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재계는 투자 위축과 일자리 창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재계 한 임원은 "기업들의 세부담이 늘면서 투자 축소 등으로 정부가 정책 1순위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법인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으로 안다"며 "법인세는 기업이 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경제 주체들이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소득재분배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실제 미국은 해외 기업과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0%까지 인하하는 감세법안을 지난 2일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영국은 2020년까지 법인세를 17%(현 19%)로 내리기로 했고, 일본은 2012년까지 30%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올해는 23.4%까지 내렸다.
특히 재계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 정작 기업은 배제된 채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 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법인세 인상 방침에 대해 '폭넓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이렇다 할 피드백을 받은 것도 없이 결국 인상이 결정됐다"며 "사실상 징벌적 세금부과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제 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향후 개정안 등이 논의될 때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인상되면 노동자 임금이나 협력업체 대금 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법인세는 더 걷을 수 있겠지만 소득세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인상의 세수효과는 미미하고, 기업의 경영 의욕만 크게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세금도 덜 걷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