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도 '노치(勞治)'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경영진 견제의 선을 넘어 경영권에 도전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관치(官治)'에 노출된 금융업이 노치에 휘둘릴 경우 경영혁신은 물론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 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등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공투본에 따르면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투본은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이 아이카이스트의 재무제표상 분식회계 의혹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었음에도 하나은행 대출 실무자에게 4개월 만에 모두 20억원의 부실 특혜 대출을 취급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경영진 퇴임과 김정태 회장의 연임의 가로막고 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도 윤종규 회장을 연임 관련 설문조작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의 연임 안건이 올라갔던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노동이사제)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부결됐다.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금융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노동이사제의 경우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명분이지만 지나친 경영간섭은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 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융산업의 경우 규제산업이란 특성 때문에 관치(官治)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항이다. 여기에 노치까지 더해질 경우 금융업의 혁신과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