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가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넘어 재취업 시장까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9%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회사를 퇴직한 후 1년이 넘도록 새 직장을 찾지 못한 실업자 비율 또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고용한파의 영향으로 2·30대의 가계부채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내년도 경기 전망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자 87만4000명 중 30%에 달하는 26만2000명이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직장을 찾지 못한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로 조사됐다.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 비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7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실업률은 3.2%로 1년 전보다 0.1%p 올라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1월의 3.3%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9.2%로 1년 전보다 1%p 상승하며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11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 고용보조지표3'도 21.4%로 1년 전보다 0.1%p 상승해 2015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률이 계속 악화되다보니 청년층의 가계부채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022만원으로 조사됐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40대의 평균 부채가 853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8524만원, 30대가 6872만원, 60세 이상이 5165만원, 30세 미만이 2385만원이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대 가구의 빚이 큰 폭으로 늘어 30세 미만의 지난해 대비 부채증가율이 41.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30대의 부채증가율이 16.1%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위축된 고용시장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 공무원 채용 기회가 늘어나면서 대거 통계상 '실업자'가 됐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 상태로 분류되므로 실업자 집계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취업준비생 수는 지난해 11월보다 약 3만1000명 감소한 약 63만7000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욱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구고령화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투자가 기대를 밑돌면서 수요 자체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내년에는 민간소비 회복세를 뛰어넘는 투자 둔화 문제로 인해 취업자 증가폭이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일자리 확대정책을 반영하더라도 30만명 내외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소비 확대를 통해 노동수요를 자극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노동수요 창출을 위해 기업 혁신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