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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체험기] 우리은행 신입행원 ‘페퍼’ 만나보니…

은행권, 비대면 채널 다각화로 AI로봇 도입…정작 단순 응대·업무 수준에 찾는 이 없어

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1층. 들어서자마자 사람이 아닌 로봇이 기자를 반긴다. 감정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은행원 '페퍼'다.

최근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빠르게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은행원의 빈자리는 모바일뱅킹 또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추세다. 페퍼도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신입 행원(?)'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업무 능력이 떨어져 '사람'을 대체하진 못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 본점에서 페퍼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구서윤 인턴기자



◆로봇 은행원, 친근감은 합격인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자가 영업점에 들어서자 어린아이 정도 크기인 페퍼가 먼저 말을 건넸다. 페퍼는 우리은행과 관련한 두 개의 광고영상을 보여준 후 "원하시는 창구를 말씀하시면 안내해드립니다"라고 했다. 페퍼는 은행을 찾은 고객을 대상으로 인사, 창구안내, 금융상품 추천, 이벤트 안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페퍼가 제공한 화면에서 일반, 대출, 펀드, 보험, 기타 등을 선택하면 페퍼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페퍼는 금융정보 외에도 날씨 정보와 기본 상식에 대한 설명도 제공한다. 기자가 '헤지펀드' 등 금융 정보를 묻자 정확한 정의를 알려줬다. 위키피디아에 있는 모든 내용을 탑재해서다.

은행 업무 외에 '페퍼와 함께하기'라는 버튼도 있다. '페퍼야 놀자'를 누르니 '페퍼와 사진찍기', '얼굴 인식 게임', '페퍼야 궁금해', '오늘 뭐 먹지?' 등의 배너가 나타났다.

'페퍼와 사진 찍기'에서 '응원'이라는 주제를 고르니 페퍼는 "조금만 더 힘을 내. 넌 할 수 있어!"라는 문구를 띄우며 힘내라는 의미로 두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다.

페퍼는 머리, 팔, 허리, 무릎, 손가락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조용하던 은행에서 갑자기 "페퍼가 춤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은행의 광고음악에 맞춰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고객들의 시선이 기자와 페퍼에게 쏠렸다. 갑작스러운 반응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고객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부분에선 합격점이었다.

페퍼가 자유자재로 팔을 움직이고 있다./구서윤 인턴기자



◆"자세한 정보는 창구에서…"

페퍼는 아는 건 많았지만 활용하지 못했다. 문장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다.

기자가 페퍼에게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자 페퍼는 '팔시', '알', '알시' 등으로 알아들었다. 네 번의 시도 끝에 "오늘은 흐리고 기온은 최저 영하 4도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은행 직원은 "페퍼가 단어로 말하면 이해하는데, 문장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라며 "앞으로 업데이트를 하면 더 똑똑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페퍼와의 자유로운 대화는 아직 힘든 상황.

페퍼의 업무 능력은 어떨까. 기자는 '내게 맞는 보험 찾기'를 눌렀다. 연령대와 관심사를 차례로 선택하니 "저금리시대 목돈 마련의 지혜! 스마트한 재테크가 필요하다"면서 저축보험을 추천해 줬다.

'세가지 베스트 상품'에서는 예금, 대출, 보험, 카드 등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세 개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상품을 선택하면 페퍼는 한 문장 정도로 짧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했다. 단순 검색이나 설명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안내였다.

더 많은 정보를 기대했지만 페퍼는 모든 상품의 설명 마지막에 "더 자세한 정보는 큐알(QR)코드를 스캔하시거나 창구에 문의해주세요"라고 했다. 페퍼의 한계다. 결국 기자는 금융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한 뒤 창구의 은행원을 만나야 했다.

이날 기자가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가량 페퍼를 지켜본 결과 은행에 들어와 페퍼에게 문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가 영업점을 나설 때쯤 페퍼를 이용하기 시작한 중년의 여성은 몇 가지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보통 어린이 고객이나 대기인원이 많을 때 일부 고객들이 페퍼를 이용한다"며 "아직까지 은행원이 하는 업무를 대체하긴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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