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진출해 있거나 무역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 인증으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인증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하고, 향후 대대적인 수정을 조건으로 내걸어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아 중장기적으론 우리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코트라(KOTRA)는 14일 펴낸 '이란핵합의 현황점검과 우리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의 핵합의 조건부 인증 이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우리 기업이 침착하게 비즈니스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KOTRA에 따르면 JCPOA는 2015년 7월 당시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을 포함한 6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합의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파기 위협에 대해 줄곧 반대의견을 천명해왔다. 이란 역시 자국이 먼저 JCPOA를 위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의 예상을 깨고 이번에 이란 제재 유예조치 연장에 사인하면서 JCPOA는 당분간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 조건으로 JCPOA의 대폭적인 수정을 내건 만큼 앞으로 주요 당사국간 힘겨루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20일 안에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핵협상 주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 이란 현지에서도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유예 결정에는 120일이라는 유효기간이 붙었다. 120일이 지나면 다시 면제여부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JCPOA 수정이 없을 땐 이것이 마지막 제재면제 연장임을 강조한 것이다.
KOTRA는 만약 120일 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복원시킬 경우 우리 기업의 이란 비즈니스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재가 복원되면 그동안 급물살을 타온 각종 프로젝트 역시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에 따라 추진된 각종 정유시설 및 플랜트 공사와 사우스파르스(South-Pars) 등 가스전 개발 사업이 장기간 정체에 빠질 수 있다.
KOTRA 윤원석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다만 미국의 JCPOA 파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섣부른 대응은 시기상조로 우리 기업들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JCPOA는 미국과 이란의 양자 합의가 아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포함된 다자 합의이므로 미국이 단독으로 제재를 가한다 해도 과거보다 파급력이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