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헬로모바일 '보편 USIM 10GB'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 / CJ헬로
"망 도매대가 협상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알뜰폰 업계를 중심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가 쏟아졌을 것입니다."(알뜰폰 업계 관계자)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 당초 계획과 달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알뜰폰 업체가 불똥을 맞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애초 약속했던 망 도매대가 협상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이며 업계의 실망감이 커졌다.
◆과기정통부 한발 물러난 조치에 알뜰폰만 '죽을 맛'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망 도매대가를 10%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같은 해 11월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평균 7.2%포인트 인하한 도매대가 비율을 책정하면서 알뜰폰 업체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애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난 여파가 곧바로 알뜰폰 업계의 사업 계획에 직격타로 작용한 것.
당장 3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에 제공됐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폐지됐다. CJ헬로비전이 대표적이다. 알뜰폰 최대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은 지난달로 월 3만3000원에 데이터·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10GB 33 요금제' 이벤트를 접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정부의 망 도매대가 인하 계획에 맞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사업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던 것인데, 기대에 못 미치는 망 도매대가 협상 결과로 인해 적자가 날 판"이라며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헬로모바일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대신 월 2만2000원에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와 음성통화 1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무제한은 아니지만, 기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요금제에 비해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실질적인 비율을 따져보면 현재 7.2%포인트로 인하한 도매대가도 별다른 인하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올해부터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사에 부과하는 기본료를 합산해 도매대가를 책정하는 등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율로 따져보면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업체의 경우 망 도매대가 인하안이 발표될 때까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요금제 계획을 짰지만, CJ헬로처럼 대기업이나 MNO 자회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의 경우 10% 망 도매대가 인하를 기준으로 기획했을 것"이라면서 "망 도매대가가 업계 기대에 못 미쳤으니 그간 제공했던 이벤트성 요금제 할인 등은 폐지하고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다시 요금제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보편요금제도 망 도매대가가 관건"
이제 업계의 눈은 보편요금제에 쏠린다. 보편요금제는 데이터 1GB·음성 200분을 2만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3만원대에 제공하고 있는 요금제를 1만원 가량 낮추는 셈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이달까지 총 6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는 논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모양새다. 이동통신 3사가 보편요금제 도입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제도 추진에 드라이브가 걸렸기 때문. 이로 인해 새 정부가 통신요금으로 다양한 공약을 추진했지만 결국 보편요금제, 망 도매대가 인하, 알뜰폰 활성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 업계는 대체적으로 보편요금제에 반대하는 추세다. 보편요금제로 이동통신사에서 저렴한 요금제가 나오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오히려 보편요금제를 추진할 때 정부가 사후처리를 확실히 한다면 알뜰폰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2만원대의 보편요금제가 나오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망 도매대가 인하 조치가 함께 시행되면,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통사와 똑같은 조건으로 1만5000원, 1만4000원 등의 저렴한 요금제를 추진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보편요금제가 나온다면 결국은 망 도매대가 인하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보편요금제 도입에도 경쟁력을 가지도록 망 도매대가를 폭 넓게 인하한다면 오히려 알뜰폰에 대한 홍보효과도 기대되고 요금제도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오는 26일 제7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내달까지 논의 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