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본사에서 취임 한 달간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 / MBC
문화방송(MBC)이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최승호 사장은 1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라는 판단 하에 프로그램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며 "평창올림픽 중계권 119억원, 러시아월드컵 중계권 600억원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지만 제작비 투자를 135억원 가량 집행했고 이는 전체 제작비의 7%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 사장은 취임 한달 간의 소회와 올해 MBC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특히 콘텐츠를 통한 시청자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최 사장은 그간 외주제작이 대부분이었던 드라마 분야도 자체기획을 통해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그간 외주 제작으로만 메우던 드라마 분야의 자체 기획을 강화하겠다"며 "올해 하반기 대형 자체 기획 드라마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일 드라마는 5월 이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예능 분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만들 예정이다.
탐사 프로그램인 '피디수첩'도 부활한다. 주진우 기자 등이 진행하는 '스트레이트'라는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만든다.
최 사장은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상생 문제에 대해서는 "콘텐츠상생협력 위원회를 설치해 독립 제작사협의회와 상생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외주 예산 일부를 조정했고 콘텐츠 위원회 논의 결과 필요 부분을 다시 반영해 예산을 추가 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구(舊) 체제에서 가장 많은 압박을 받은 시사교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올렸다.
계열사 임원 선임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투명하게 추천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임원 추천을 받아 MBC 본사 사장이 결정하는 식으로 바꿨다. 현재 MBC는 계열사 임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6년 만에 공개 채용도 부활한다. 최승호 사장은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새로운 인재들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월 중에 공모하고 5월까지는 채용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 임명제청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에 대해서는 "MBC 내부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MBC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사장으로서 결론 내리기 보다는 내부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고있다"며 말을 아꼈다.
최 사장은 취임 이후 한달 간의 소회에 관해 "무려 8년 동안에 혼란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싸움 속에서 빼앗겼던 방송의 자유를 새로 시작하는 감격적인 순간으로 희망에 차있지만 광고는 줄어들고 방송 제작 요소 가격은 뛰는 등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고 점점 더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1986년 MBC에 입사한 최승호 사장은 1995년 '피디수첩' 팀에 합류해 '4대강, 수심6m의 비밀' 등 탐사보도로 송건호언론상, 안종필자유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MBC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지만, 2012년 파업 도중 해직됐다. 최 사장은 이 기간에 온라인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탐사보도를 이어가고, 지난달 MBC 신임 사장으로 취임해 해직 이후 MBC에 5년 만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