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로 2년 만에 방송통신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유료방송 합산규제 완화 및 연장 여부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특수 관계사를 포함한 특정사업자의 가입자 합산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 즉 33.3%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특정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로, 오는 6월 자동일몰 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 시장의 M&A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변수에 따라 M&A 강도나 시기 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장 영향을 받는 사업자는 현재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그룹이다. 현재 KT와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점유율은 30.45%로 상한선까지 2.85%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합산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도 가입자를 늘리고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방송통신 시장의 성장 동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현행 법률 규정대로 일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방송 산업에 기여한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시장의 혁신동력을 저해하는 반(反) 산업 규제"라며 "문제가 되는 미디어 다양성은 현행법의 시청점유율 규제를 통해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가입자 포화로 인한 시장 축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시장은 여전한데, IPTV의 등장으로 SO 등 유료방송 시장 경쟁에 참여하는 주체는 늘었다. 때문에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출혈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한계의 돌파구로 M&A가 거론되는 이유다.
현재 시장에서는 CJ헬로, 딜라이브, 현대HCN 등의 케이블 회사가 매물로 분류된다. 통신 3사가 수백만명의 가입자가 있는 케이블 회사를 인수하면,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어 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된다.
IPTV 등장 등으로 성장 침체를 겪는 케이블 회사들도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노릴 수 있다. 실제 2016년 국내 방송시장에서는 2009년 IPTV가 상용화 된 이후 IPTV 사업자 매출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뛰어넘은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2016 방송산업 현황' 자료를 보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7.2% 증가한 2조427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케이블TV를 서비스하는 SO의 매출 2조1692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로 인해 방송 매체별 매출 순위에서 3위였던 SO는 지난해 4위로, 4위였던 IPTV 사업자는 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유료방송 합산규제 때문에 M&A로 인한 성장 돌파구를 찾기는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의 M&A가 무산된 이유도 독과점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시청권을 박탈하고, 결합상품을 통해 합리적인 서비스·품질·요금을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다. 합산규제가 일몰되고 유료방송 경쟁이 활성화되면 가입자 확보를 위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고, 방송 네트워크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여론 지배력이 있는 콘텐츠의 제작·편성 부분에 대해서만 시청점유율 규제를 적용할 뿐, 방송플랫폼은 시장의 기능에 맡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9년 연방법원 판결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케이블TV(CATV) 대상 30% 시장점유율 규제 도입이 무효화된 바 있고, 프랑스는 2003년 방송법상 권역 내 800만명이라는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도 합산규제가 완화되면 방송통신 시장이 좀더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료방송 시장 규제가 완화돼 M&A가 허용되면 IPTV 업체는 5개 MSO에 대한 M&A에 나설 것"이라며 "IPTV가 M&A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면 협상력 강화에 따른 콘텐츠 구매비용 절감,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등 규모의 경제 효과로 손익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통신과 방송의 결합판매가 늘어 가입자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는 수혜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불공정행위와 관련 없이 시장 점유율이 3분의 1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과잉규제라고도 볼 수 있다"며 "입법 논의 시 '일몰'로 합의한 취지를 존중해 일몰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