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권고안 중 가장 강력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정부는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우려한 일이 현실이 됐다는 탄식과 함께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가정용 세탁기에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설정하고, TRQ 이하·초과 물량에 올해 각각 20%와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2년차에는 120만대 이하에는 18%, 그 이상 물량에는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3년차에는 120만대 이하에 16%, 그 이상 물량에 40%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ITC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권고안' 중 120만대 이하 물량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1안을 버리고, 20%의 관세를 적용하는 2안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약 140만대)과 LG(약 140만대)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연간 280만대 규모의 세탁기 물량 전체에 관세가 부과되게 됐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발동은 예상했지만 TRQ 이하 물량에는 관세를 배제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에서 나란히 진열돼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와 월풀 세탁기./정은미 기자
태양광 업계의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의 경우 향후 4년간 관세가 부과된다.
첫 해인 올해부터 30%를 시작으로 25%, 30%, 15% 관세가 붙는다. 4년마다 초기 수입된 2.5기가와트(GW) 물량은 관세에서 면제된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은 미국에 태양광 셀과 모듈 등을 판매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의 대미 수출 규모는 1조3600억원에 달했다.
태양광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 대 정부의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심각한 피해를 우려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민관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정부는 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 2013년 세탁기 반덤핑 관세, 2014년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과도한 조치를 제소해서 여러 번 승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WTO 제소 결과가 3년쯤 후에나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를 최소화히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립 중인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의 풀캐퍼(총생산 가능량)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세이프가드로 미국에서 줄어드는 물량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 돌려 피해를 최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지난 12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질없이 제품을 공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