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작금의 대한민국은 '밀양화재사건'과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이슈에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셧다운' 사태를 간신히 종료하고, 한국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가동시켰다. FTA 체결 국가는 여기서 제외해야 한다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를 무시한 처사였다.
미국에서 세탁기를 중심으로 한 한국산 가전제품이 거의 시장을 독주했는데, 이번 '세이프가드'의 발동으로 관세를 50% 가까이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 제품의 수입에 장벽을 치겠다는 얘기다. 태양광도 그렇고 이후 철강과 자동차 업계에까지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상황이다.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거의 수출에 의존하여 국가의 경제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이런 사태는 한반도의 생존이 달린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국제관계의 큰 흐름을 시시각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국내의 짜잘한 이슈들만 부각시키는 정부와 언론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국민들도 우리 한반도가 지정학적 혹은 역사적 그리고 현재의 국제 세력관계를 놓고 볼 때 좀 큰 틀에서 한반도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문제도 좋지만,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며 한반도의 현 포지션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제는 우리도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시종일관 내세우면서,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대통령의 권한과 정책수행으로 일관성 있게 가시화하고 있는 판국에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필자는 궁금하다. 대통령이 직접 커피를 타 마시고, 직접 자켓을 입고, 어린이집 가서 마술 관람이나 하는 그런 것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할 상황인가. 게다가 이제 지하철역에 대통령의 생일까지 축하하는 광고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뭐라 표현해야 할지 진짜 난감하다.
얼마 전 필자가 출연했던 모 방송사의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참여정부' 시절 필자가 대통령의 전담통역관을 지낼 때 의전비서관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지낸 전 의원이 필자와 함께 출연했다. 필자의 경우에는 노무현·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전담통역관을 지냈기 때문에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의 분위기와 속내를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봤고 알고 있는 편이다. 그 의원께서 지나치게 궁색한 발언으로 현 정부를 두둔하기에 필자는 가감 없이 현 정부의 문제점과 대통령으로서의 처신에 대해 소신을 적극 피력했다.
얼마 뒤 프로그램이 방영됐는데, 필자의 발언부분은 대부분이 편집된 것을 확인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팩트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현 정부를 비판하면 크고 작은 불이익을 받는구나' 하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느낌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것 또한 현 정부와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적폐가 아니겠나. 역시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옳은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 옳은 것이다.
필자가 어찌 보면 진보와 보수정권에서 대통령의 최 근접 거리에서 대통령의 통역관으로서 보고 듣고 경험했던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되새겨 볼 때 각 정권은 한 편이 다 좋고, 한 편이 다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관점과 현재 대북관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순수하게 국민의 안전과 안위만을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보수정권체제가 현실적으로 맞는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단 부패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 하에 말이다.
정치권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다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대다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가 전부라는 착각을 한다. 많은 학자들도 자신들의 분야에는 자칭타칭 전문가 소리나 듣고 싶어 하면서, 정녕 자신들의 분야가 아님에도 정치만큼은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하려는 오만과 교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가르치려고만 하고 남의 얘기를 경청할 줄 모른다.
대한민국의 진짜 적폐는 알맹이 없이 '포퓰리즘'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와 '팩트'에 기반한 논리 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주장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사고와 또한 잘못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지나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들 칭찬은 없고 비판만 한다. 서로들 나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한다.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 도덕시간에 다 배우지 않았는가.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