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WTO 제소와 함께 기업들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도 제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WTO에 승소한다고 해도 법적 효력이 없고 무역보복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헌법구조상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CIT에 기업들의 적극적으로 제소해 국제적인 협력 아래 미국의 통상 압력정책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를 개최, 종합토론에서 정인교 인하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 정인교 인하대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한국경제연구원
최원목 이화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 현황과 우리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사실 미리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구제조치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오하이오 등에 위치해 있으며, 트럼프 진영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무역구제조치가 세탁기를 넘어 가전제품 일반, 그리고 제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가 즉각 WTO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WTO를 통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WTO의 한계란 미국이 지난 2013년 한국산 가정용대형세탁기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같은 해 8월 WTO에 제소한 사건을 말한다. 우리 정부는 2016년 9월 승소했지만 미국은 판정이행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이에 최 교수는 "기업들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을 제안했다. 사법부 역할이 중요한 미국 헌법구조상 WTO와 달리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소송이 쉽지는 않고, CIT에 제소한 기업들의 승소율이 높지 않았다"면서도 "최근(지난 10일) 현대제철에 대한 반덤핑조치 재계산 판정 등 우리기업들이 부분 승소하는 사례가 있고, 이번 세이프가드의 경우 억지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 CIT 제소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승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협력이 중요했다"며 "우리도 정부와 업이 협력해 CIT소송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국·태국·베트남 정부와도 협력해국제적인 여론형성을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부당하다는 국제적 공감대 확산과 함께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국가들의 수입 규제 경쟁 시작의 신호탄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한미 동맹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조치는 강구와 미국내 정치적 여건을 고려한 대응 방안과의 실효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태신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 기업들이 불합리한 규제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규제개선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