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운명을 가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2월5일 열린다.
삼성은 지난해 2월17일 이 부회장이 구속 된 후 구심점을 잃고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번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단일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0조 시대를 열었지만, 올해에는 투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의 시설 투자를 한 영향도 있지만, 총수 부재 속에서 전문경영인들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최고 실적을 이끈 반도체 가격의 고점 논란, 중국·인도 등에서의 휴대폰 사업 고전, 미래 먹거리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번 재번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일 법원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오는 5일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2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삼성전자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명의 2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길어지는 와병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없이 1년여의 시간을 보낸 삼성이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의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삼성전자의 최대 걱정은 미래 먹거리다. 'CES 2018'를 보면 삼성전자의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CES는 세계 전자업계 수장들이 모여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지만 이 부회장은 5년 연속 불참했다.
그 사이 글로벌 기업들은 협업체계를 굳히고 있다. 이번 CES에서만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볼로톱터와 협업해 개발한 무인헬기를 선보였고, 엔비다는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신사업 발표나 대규모 투자 소식은 없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사장은 CE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약이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FCA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데 이어 올해는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을 내려놨다. 15년간 빠짐없이 참석했던 ICT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제무대에서 1년 이상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이미지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도 중단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장비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 외에는 굵직한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50조 시대를 열었지만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최고 실적을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는 고점 논란을 겪고 있다. 올해까지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 이후엔 정체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주요 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에 빼앗긴 탓이다. 휴대폰은 이미 시장이 포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인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투자 계획도 미정이다. 삼성전자는 새해 첫 실적발표에서 한해 투자 계획을 알려준다. 하지만 올해는 구체적인 숫자 없이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이란 게 삼성전자의 답변이다.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시설 투자한 영향도 있지만, 총수 부재 속에서 전문경영인들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감에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절대적인 삼성전자는 집행유예를 통해서라도 총수 공백이 더 이상 길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다.
1심에 이어 2심에도 중형 선고가 내려져 이 부회장 석방이 무산될 경우 삼성의 리더십 공백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 역시 삼성의 글로벌 리더십이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효과적으로 지휘해왔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기간이 길어질 경우 '리더십 공백'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총수 부재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운명이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