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 이후 삼성의 '스피드 경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경영위원회를 열고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제2 생산라인 건설 추진을 확정했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첫 투자 발표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미래 먹거리 창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외신 역시 이 부회장의 신규 투자를 통해 혁신 경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전 7시 30분 경영위원회를 열고,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단지에 제2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예비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삼성전자 경영위원회는 이사회 산하 기구로, 삼성전자의 3대 사업부문장 들이 주요 구성원이며 이사회가 위임한 사항에 대해 결정하는 실무기구다. 경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사실상 모두 여기서 이뤄진다.
이번 경영위원회에서는 제2생산라인을 건설을 위한 기초 골조공사를 시작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던 만큼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경영위원회가 열렸으며, 상정 안건에 대한 별다른 이견 없이 3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되며 마무리됐다"며 "투자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투자 결정은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사실상 첫 번째 투자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실적발표에서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석방 후 빠르게 투자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이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외신 역시 이 부회장이 혁신경영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포브스는 6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이 수감됐던 지난해 삼성전자는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 부회장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구현하는데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식 사고방식으로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삼성전자의 혁신을 이끌었다"며 지난 2016년 미국의 자동차 오디오기업인 하만 인수를 사례로 들었다.
포브스는 "이 부회장이 석방 후 삼성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M&A를 시도할 것"이라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삼성이 리더십 공백을 끝내고,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너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으며, 싱가포르 언론인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이 부회장이 풀려난 만큼 M&A나 반도체 설비 확장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며칠 전까지도 투자 계획에 대해 제대로 발표하지 못했지만 이 부회장 석방 며칠도 안 돼 투자 계획이 나오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삼성의 중장기 투자 등에 대한 의사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석방 사흘째인 이날도 공식 일정 없이 경영 복귀를 위한 구상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