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마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T 측이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발표한 자체 개선안은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 선정 주체를 기존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바꾸고, 심사 기준에 후보의 기업경영 경험을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노조 등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이사회에 노동자·소비자 대표를 포함시켜 내부 견제가 가능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어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정권교체 때마다 이어지는 CEO 리스크 등의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KT 이사회가 CEO 견제 역할을 하도록 이사회에 노동자·소비자 대표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T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을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KT 측이 마련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지난해 1월 황창규 회장의 연임 결정 때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달라'는 CEO추천위원회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개편안은 회장 후보 선정 권한을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3명)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심사·선정하고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였다. 개편안은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하면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 CEO추천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이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심사 기준에는 후보의 기업경영 경험을 명시했다. 외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을 반영해 비경영 전문가가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KT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개편은 지난해 황 회장 연임 당시 이사회에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달라고 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KT는 정관변경을 통해 회장 후보 선정 권한을 기존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회장 후보 선정 권한이 CEO추천위에서 이사회로 이관하는 개편안이 이사회의 담합 구조를 강화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제에 나선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KT는 2014년부터 2017년 9월 말까지 총 40번의 이사회를 진행, 모두 152건의 안건을 상정해 모든 참석자의 100% 찬성으로 가결해 반대표가 없었다"며 "KT 이사회는 CEO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즉,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셀프추천' 구조다.
이 위원장은 "스스로를 추천하고 회장을 추천하는 사외이사들과 CEO가 담합할 경우 회사 경영은 이들만의 리그로 전락될 수 있다"며 "담합적 이사회야말로 민영화 이후 반복되는 KT CEO 리스크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회이사 구성에서 노동자·소비자 대표가 포함되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T가 마련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는 경영 의사 결정 구조를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KT의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히 CEO와 이사진들의 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KT의 구성원들, 국회,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KT가 국민의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