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 '어른 멜로' 작품 쏟아져
TV 앞 시청률 좌우하는 중장년 타깃
후발 주자들 출격 앞둬…한동안 대세 이어질듯
2030 세대의 풋풋한 로맨스가 지겨워지기라도 한 걸까. 농익은 어른들의 멜로가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긴 힘은 대체 뭘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 등은 최근 시청률과 평가 면면을 고루 사로잡은 주역들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40대 이상, 어른들의 로맨스를 다룬다는 점이다. 권태로운 부부, 이혼·독거 남녀의 사랑부터 시집과의 갈등, 직장여성의 애환 등 현실 반영 200%의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모닥불 사랑은 가라!
'언제나 청춘'이란 말이 있다. 나이의 고저를 막론하고, 모두 가슴 속에 푸릇푸릇한 청춘 하나쯤은 안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중년의 사랑 역시 다양한 모양새로 나뉘는 것이 당연지사. 잔잔하고 은은한 '모닥불 사랑'이 지금껏 TV 속 중년 로맨스의 스테레오 타입이었다면 이젠 달라졌다.
'미스티'는 첫회부터 3회까지 '19세 관람가'로 시작했다. 배우 김남주의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19세 관람가'를 전면에 내세운 보기 드문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 작품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이 사건 해결 과정에서 변호사인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생채기 난 부부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중년의 부부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는 '미스티'가 보여주는 어른의 사랑이다.
그런가하면 '키스 먼저 할까요'는 40대 '돌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혼남녀들의 애환, 그 속에서 어렵게 피어나는 사랑을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묘사해 공감을 부른다.
먼 옛날 첫사랑의 재회를 담은 '신(新) 중년 로맨스'도 등장했다. 36년 전 첫사랑의 재회를 담은 '같이 살래요'는 같은 사랑, 다른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로 재미를 더한다.
첫사랑 미연(장미희 분)을 애틋한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는 박효섭(유동근 분)과 효섭을 '백 년은 더 보기 싫은 놈'으로 기억하는 미연의 이야기는 TV 속 어떤 로맨스보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청률 일등공신, 중장년 파워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이 우후죽순 증가하면서 'TV 본방사수'라는 말도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방송을 놓친다 해도 온라인, 모바일 등을 이용해 다시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TV는 여전히 안방을 지키고 있다. TV 앞을 지키는 리모콘 수호대, 중장년 층이 시청률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TV 속 중년 로맨스에 불이 붙었다. 탄탄한 전개, 폐부를 찌르는 대사, 현실감 넘치는 감정선 등은 중장년 타깃층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로맨스의 주변에 얽힌 진짜 현실도 공감을 부른다. 40대 직장 여성의 애환부터 시집과의 갈등, 사회의 부조리 등이 짜임새 있게 얽혀 있고, 여기에 빠른 전개감을 불어 넣어 시청자 이탈까지 막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가 21일 출격했고, OCN '미스트리스' 등이 후발주자로 대기 중이다. 올 봄, 농익은 중년 멜로에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