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형별 트래픽 현황(2017.9).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망 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선언하는 등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는 망 중립성으로 규제가 없던 시장에서 성장해 몸집이 커져 이에 맞는 '책임론'이 부상하며 일어난 변화다.
망 중립성이란 네트워크 제공업체(ISP)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모든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망을 차별 없이 개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에서는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뒤 지켜져 오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둔 5G 시대에 맞게 망 중립성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에 따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5G 시대에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사물인터넷(IoT) 등 서비스마다 요구되는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일반 네트워크로는 이러한 통신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5G망에는 서비스별로 속도, 용량, 지연시간 등 속성별로 특화된 망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여러 개로 쪼개 사용한다는 뜻인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긴박한 도로상황에 순간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응급 상황 발생 즉시 생체정보 전송이 요구되는 원격의료 등 고품질의 네트워크가 필요한 통신 서비스에 최우선 전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면 이처럼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 특화망 제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5G 시대에 대비해 네트워크 고도화 등 대규모 투자를 준비해야 하는 통신 사업자에는 망중립성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차등화 등 투자유인 확보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호, 내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KT 역시 자율주행차 등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각 서비스 별로 네트워크 차별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현재의 망 중립성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없다.
국회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5G 융합시대, 새로운 망 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는 5G 시대에 맞는 망 중립성 원칙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점을 이뤘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5G 시대에는 산업별·서비스별 콘텐츠 다양화에 따른 고품질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자 권리도 중요하다"며 "네트워크를 통한 부가가치는 사회에 고루 분배되지만 이를 위한 투자는 통신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시스템으로는 네트워크가 전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할 5G 시대에는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아짓파이 FCC 위원장도 지난달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망 중립성 폐기로 통신사들이 얻게 될 추가 수익이 5G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포털 등 인터넷 기업은 5G 시대에도 망 중립성은 적용돼야 할 가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별 없는 망 중립성 원칙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타트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이끌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 콘텐츠 기업들의 망 이용 요금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망 중립성 원칙 폐기라는 FCC의 결정은 그간 이뤄온 인터넷 기업들의 혁신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의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고민이 깊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망 중립성 정책은 그간 인터넷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 왔기 때문에 정책의 변경은 산업발전이나 이용자 후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달부터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를 꾸려 안정적 인터넷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