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동안 축산농가를 괴롭혔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종식단계에 접어들자 이번엔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돼지농가에서 백신접종이 전혀 안 된 구제역 유형이 처음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 26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된 경기 김포시 대곶면 소재 돼지농장에 대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A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에는 O, A, Asia1, C, SAT1, SAT2, SAT3형 등 총 7가지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 농가에서 A형이 두 차례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모두 O형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돼지에서 A형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2016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7건의 A형 구제역 가운데 돼지는 3건(3%)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긴급 방역심의회를 열어 위기경보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전국 모든 우제류 가축농장 및 관련 시설에 대해 27일 낮 12시부터 29일 오후 12시까지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우제류는 소,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둘(짝수)로 갈라진 동물군을 말한다. 또 경기도와 충남도 내 돼지농가에 대해 긴급 백신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총 사육두수가 1100만 마리에 달하는 국내 돼지농가들이 A형 구제역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정부는 돼지에 대해 정책적으로 O형만 접종하고 있다.
소 농가에 대해서는 O형과 A형 방어할 수 있는 2가 백신(두 가지 유형 바이러스 방어 백신)인 'O+A형'을 사용하고 있지만, 돼지는 3가지 백신(O+A+Asia1형)을 사용하다가 경제적 비용부담이 크고 발생 확률이 적다는 이유로 3년 전부터 'O형' 백신 접종으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는 발생지역인 경기도와 대규모 사육단지가 위치한 충남지역은 돼지 전 농가에 대해 'O+A형' 예방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접종 대상은 경기도 내 돼지 농가 1280호 203만1000두, 충남도 내 돼지 농가 1235호 227만6000두 등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일시 이동중지와 별개로 전국 돼지 농장은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일주일간 농장 간 돼지 이동이 제한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