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복귀와 함께 '인공지능(AI) 퍼스트'에 속도를 낸다.
이 부회장은 출소 후 지난달 유럽을 방문한데 이어 캐나다 등 북미로 이동하며 광폭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정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방문지역으로 미뤄 주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프랑스에 AI연구소 설립을 발표한데 이어 AI 음성인식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다.
멈춰졌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식당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 체류 중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한국계 유명 셰프인 아키라 백(한국이름 백승욱)은 지난 2일 이 부회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과 함께 "와 주셔서 반가웠습니다"라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또 다른 일반인도 SNS에 캐나다 토론토 리치트리 마켓 레스토랑에서 이 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과 동선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미팅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 이유는 삼성전자의 'AI 퍼스트' 전략에 따른 사업 확장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번 출장에서 AI 연구의 선진 지역인 스위스 제네바와 스웨덴 등을 방문하고 지난달 29일 캐나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의 이동 경로는 AI 연구의 중심지인 몬트리올대와 토론토대로 보인다. 몬트리올대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이 대학과 공동 설립한 AI 랩(Lab)이 가동 중이다. 이 곳에서는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이 현지 박사들과 함께 음성인식, 자율주행 등의 AI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토론토는 삼성이 올해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이번 대외 행보가 당장의 인수합병(M&A)보다는 글로벌 AI 업계의 동향과 변화상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 이후 삼성전자의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벤처투자를 전담하는 자회사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오디오버스트에 460만 달러(48억9000만원)를 투자했다.
오디오버스트는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스타트업으로 AI를 기반 오디오 콘텐츠를 음성으로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디오버스트는 삼성의 AI 비서 '빅스비'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싱스가 적용된 음성인식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나달 말 프랑스에 대규모 AI 센터를 설립을 발표했다. 프랑스 출신 루크 줄리아 삼성전자 혁신부사장이 센터를 맡아 운영할 예정으로, 100명 이상의 AI 전문가가 고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한국·북미·유럽에 각각 AI 거점을 운영하게 됐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연내 영국과 러시아 등에도 AI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파리의 AI센터 설립이나 오디오버스트 인수에 이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출장도 결국 삼성전자의 AI 퍼스트 전략을 구체하기 위한 치열한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