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기식 원장이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세 차례 해외출장…'두 얼굴의 저승사자' 눈총
'저승사자의 두 얼굴'.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3일만에 외유(外遊)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 당국의 추락한 위상을 바로 세울 '저격수', '저승사자'로 등판한 금융 수장이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출장을 다닌 의혹이 나오자 금융가의 시선도 싸늘해지는 모양새다.
8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김 원장이 제19대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김 원장의 취임한 지 3일만에 제기된 의혹이다.
김 원장은 ▲2014년 한국거래소 부담으로 2박 3일 우즈베키스탄 출장 ▲2015년 우리은행 예산으로 2박 4일간 중국 충칭, 인도 첸나이 방문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돈으로 9박 10일간 미국,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2박 3일간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김 원장이 지원받은 금액은 450여만원으로, 이 가운데 현금으로 받은 110만여원에 대해선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5월엔 우리은행 돈으로 2박 4일간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방문했다. 우리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은 당시 우리은행이 충칭에 새로 내는 분행 개점 행사 VIP 초청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갔으며, 출장비 480만원은 우리은행 측에서 부담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에게 제기된 '외유성 출장' 의혹.
같은 달 김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9박 10일간 미국과 유럽 출장도 다녀왔다. 이 출장은 여비서와 함께 비즈니스석을 타고 다녀온 3077만원 짜리 출장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원장에 대해 제기된 세 차례 '특혜성' 외유 출장은 피감기관에서 예산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무위 견제를 받는 피감기관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이른바 '갑질 외유'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제기된 의혹만 보더라도 김 원장의 뇌물혐의는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에 있어 범죄의 구성요건을 넉넉히 충족한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부대변인도 "금융감독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금융기관의 시선도 싸늘하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원장은 취임 전부터 '저격수', '저승사자'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취임 직후에도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강조하고 저축은행 금리와 은행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주시하며 '강한 규제'를 암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감독 기관의 수장으로서 피감기관에 공정하고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원장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한국거래소가 제공한 우즈베키스탄 출장에선 부속계약 체결 등과 관련한 모든 공식일정에 참여했으며, 출장경비 지출영수증은 거래소 여비규정 제20조에 따라 계좌로 입금을 받았기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IEP 예산으로 미국·유럽으로 출장 간 것에 대해선 "현장점검 이후 KIEP가 추진한 유럽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로비용 출장이라는 문제에 대해 반박했다.
우리은행 주관 중국·인도 출장 관련해서도 "출장 목적에 맞는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출장 후 해당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했다"며 "앞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높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금감원장으로서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