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점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2012년부터 유통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며 영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2007~2016년 중 유통기업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2012년부터 유통기업의 매출액 신장이 큰폭으로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 강화 이전인 2007~2011년 중 유통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2.1%로 성장을 거듭했었다. 하지만 2012~2016년 중에는 1.8%로 직전 4년의 성장률에 비해 10.3%p나 하락했다.
2016년 기업체당 매출액은 2294억원이었다. 유통규제 강화 직전인 2011년에는 2448억원이었으나 이보다 떨어졌다.
연구원 측은 "동일 비교대상 기간 중 서비스업 매출액 증가율이 연평균 10.8%에서 3.8%로 둔화됐고, 기업체당 매출액 증가율이 4.9%에서 1.1%로 둔화됐음을 감안할 때, 유통산업의 성장세 약화는 상대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점포 규제 강화 이후 유통기업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유통기업의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2007~2011년 중 7.6%였으나, 규제 강화 이후인 2012~2016년 중에는 연평균 6.4% 감소했다.
기업체당 순이익은 특히나 악화됐다. 2007~2011년 중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0.6%에 그쳤으나, 2012~2016년 중에는 -10.2%로 순이익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2016년 유통기업 당 순이익은 61억원으로 유통규제 강화 직전인 2011년의 96억원의 63.8% 수준이다.
유통산업을 제외한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동일 비교대상 기간 중 순이익 증가율은 -2.9%에서 6.0%로 수익성이 크게 나아졌고, 기업체당 순이익증가율도 -8.1%에서 3.2%로 개선됐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2016년 한국의 200대 유통 소매기업 매출총합은 128조원으로 미국 유통기업 1개사(코스트코)의 매출액인 137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포춘 글로벌 500에 포함된 롯데쇼핑은 월마트와의 매출격차가 19배에 달하는 등 국내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공을 초월한 글로벌 유통환경을 고려할 때, 오프라인 규제에 매몰된 유통규제 강화는 국내 유통산업을 더욱 영세화시켜 성장동력 침하(沈下)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