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가계통신비 인하와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대법원이 이동통신비 원가 산정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해 통신비 인하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5G 이동통신 주파수 비용이 최소 3조원대로 책정돼 신사업 투자 압박도 커졌다. 당장 투자 금액을 상쇄할 매출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통사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의 공공성을 고려해 비용 분담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최근 대법원이 원가공개 대상으로 판결한 2G와 3G 이동통신 요금뿐 아니라 롱텀에볼루션(LTE) 요금 원가자료도 추가 공개하라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에 요구했다.
◆원가 공개 파장, 통신비 인하 리스크 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관련 자료를 이른 시일 내 공개하고 이번 공개대상에서 빠진 LTE 및 데이터전용요금제도 판결 취지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의 통신요금 규제 리스크도 덩달아 커졌다. LTE를 쓰는 이동통신 이용자가 80%에 달하는 만큼 LTE 원가를 근거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요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편요금제 도입 압박도 부담으로 꼽힌다.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는 오는 27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존 요금의 연쇄 인하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연 2조2000억원 가량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의 통신비 원가 자료 공개 판결이 규제개혁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보편요금제 도입이 가시화 될 가능성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의 요금에 대한 설계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것은 반(反)시장적 제도"라며 "통신 요금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5G 주파수 연간 비용 늘어나 "부담 크다" 주장
이동통신 3사가 연간 부담해야 할 주파수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악재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로 예정된 5G 주파수 경매로 이동통신 3사가 향후 5년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주파수 할당대가는 최소 연간 3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주파수 경매 시작가인 3조2760억원으로 기준으로 책정한 금액이다.
이동통신 3사는 이미 LTE 주파수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로 매년 1조3000억원 가량을 정부에 내고 있다. 5G 주파수 경매가 이뤄지면 매출액의 약 7% 이상을 경매 할당에 따른 대가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매년 주파수 대가로 내는 할당 비용이 매출 비중의 5%가 넘어간다"며 "5G 주파수 경매가 이뤄지면 매출의 7% 넘는 비용을 주파수 비용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통신사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하는 만큼 주파수 할당대가를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통신비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최저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공공재인 주파수로 영업을 하는 부분에서 주파수 할당대가는 통신사가 일정 부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투명하고 다양한 논의 구조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통사 입장에서는 주파수 비용보다 비용대비 향후 발생시킬 수 있는 매출 규모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LTE 주파수는 3번의 경매와 재할당을 통해 총 납부할 금액이 7조8000억원이고, 그간 납부한 3조2000억원 대비 누적 LTE 매출은 97조원(당사 추정)으로 매출 대비 주파수 비용은 약3.3% 수준"이라며 "주파수 경매 이후에는 주파수 비용이 최소한 매출의 3% 이내가 될 수 있도록 5G 서비스 가격이 시장에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