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연료전지와 협동로봇 사업으로 순항하고 있다. 양사업 모두 두산이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분석 속에 올해부터 본격 성장이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올 1분기 매출액 4조3076억원, 영업이익 3508억원을 올려 각각 전년동기대비 10%, 35% 증가했다. 이는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계열사 실적 호조는 물론 연료전지와 면세점 등 자체사업이 안정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 1분기 자체사업부문에서만 매출액이 전년대비 26.4%로 상승한 7854억원, 영업이익은 48.8% 늘어난 564억원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취임하던 해인 2016년 실적 및 재무 건전성 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연료전지와 협동로봇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는 공을 들였다.
연료전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와 산소의 화학결합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과 달리 전기와 열을 생산해 소음과 매연이 없고, 작은 부지에도 발전소를 지을 수 있어 에너지전환 정책에 적합한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은 2014년 미국 'CEP'를 인수해 국내의 퓨얼셀파워와 합병하며 연료전지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월까지 신규 수주는 1600억원 정도다. 지난해 신규 수주가 3224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일감을 따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에너지전환정책의 본격 시행으로 연료전지 발전 확대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고 있어 수주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두산이 올해 연료전지부문 신규 수주가 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두산이 올해 연료전지BG에서 신규 수주가 크게 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100% 자회사로 협동로봇 생산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의 성장도 예상됐다. 협동로봇은 사람이 해야 하는 섬세하면서도 단순 반복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설립 2년 만에 4개 모델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지난해 12월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에 협동로봇 공장을 준공했다. 연 면적 4451㎡ 규모의 공장에서는 연간 최대 2만여 대의 협동로봇이 생산 가능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9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최근 이사회를 열고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2016년부터 6번째 유상증자로 신사업에 대한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일진그룹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전자, 화장품, 식품, 가구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협동로봇 도입에 관해 논의 중이다. 공장 완공 이후에는 해외 유통채널 확보에도 나섰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협동로봇시장은 아직 태동기로 성장성이 큰 시장"이라며 "두산은 100%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해외 진출과 채널 구축에 힘쓰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