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내 사업자들과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사업자와 제휴해 인터넷TV(IPTV)에서도 편리하게 볼 수 있다.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은 자사 콘텐츠 배포창구를 넓히고, 통신 사업자는 가입자 유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하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국내 동영상 시장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유튜브의 키즈 콘텐츠를 자사 IPTV에 제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자사 IPTV에서 유튜브 인기 영유아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영어쑥쑥 튜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사업자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구글과 손잡고 'U+tv' 어린이 전용 메뉴인 '아이들 나라'에 '유튜브 키즈'를 탑재한 바 있다.
유튜브 키즈는 구글이 다양한 콘텐츠들을 어린이들의 관심사에 맞춰 프로그램, 음악, 학습, 탐색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서비스하는 글로벌 어린이 애플리케이션이다. LG유플러스의 아이들 나라를 통해 이용자는 다운로드 받거나 검색할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자사 데이터 요금제 새로 가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 1억2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거대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자사 요금제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가입자 유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모션으로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를 통해 IPTV 서비스 진출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모바일에 한정된 한시적인 프로모션이며, 아직까지 장기적인 IPTV 제휴에 대해서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동통신사 및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이 같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고민하는 이유는 득과 실이 동시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IPTV에는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않은 만큼 가장 먼저 손을 잡는 사업자는 선제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지상파 콘텐츠의 위력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VOD 시장 확산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수반되는 그림자도 크다. 넷플릭스의 경우 글로벌 정책으로 수익배분률 '9대 1'의 수익배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지나치게 불리한 협상으로 '기울어진 시소'에 타는 셈이다. 수익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넷플릭스가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업체(CP)가 될 경우 국내 유료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경우 자사 VOD 시장이 확산될지, 경쟁자가 돼 자체 OTT 시장을 잠식할지 모호한 셈이다.
망 사용료도 변수다. 망 사용료란 CP가 통신망을 사용한 대가로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우 수년 전 헐값으로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과 계약해 망 사용료 비용 부담이 낮다. 당시 구글, 유튜브가 킬러 콘텐츠로 떠올라 통신사들이 별도의 비용 협상 없이 경쟁적으로 캐시서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경우 국내 접속경로 임의 변경 사태가 일어나 해외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특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해 유튜브는 불과 2년 만에 3배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월에는 월 총 사용시간이 79억분에 불과했지만 지난 2월 기준 257억분으로 급증했다.
SK텔레콤도 넷플릭스와의 제휴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망 사용료 등에 신중론을 보였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지난 4일 진행된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넷플릭스와의 제휴 추진도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망 사용료 및 이익 공유, 국내콘텐츠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와 관련해 '제2의 페북'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넷플릭스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협상 시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 우려의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