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식 KT SAT 대표가 ‘초연결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KT SAT
【금산=김나인 기자】 충청남도 금산군 금성면에 위치한 '금산위성센터'.
2009년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직경 27m의 원형안테나가 지키고 있는 금산위성센터는 1970년 6월 문을 연 이후 올해 48년째를 맞고 있다.
개소 당시에는 136회선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45개 초대형 고성능 안테나와 7000회선을 보유한 사업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5월과 10월에는 각각 무궁화위성 7호와 5A호를 발사해 무궁화위성 5·6호, 콘도샛(복수소유 위성)인 KOREASAT(코리아샛) 8호 등 총 5기의 자체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KT그룹의 위성전문 자회사 KT SAT은 금산위성센터를 기지국 삼아 올해를 기점으로 '초연결 모빌리티'를 구현해 4차 산업혁명의 첨병으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7일 한원식 KT SAT 대표는 금산위성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계기 중심 사업자에서 서비스 중심 사업자로 옮겨갈 것"이라며 "KT SAT이 가는 길은 곧 대한민국 위성·우주산업의 역사라는 생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위성·우주 분야 개척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KT SAT은 글로벌 사업자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전문인력 25명으로 구성된 '스페이스 오딧세이25'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강화해 올해 200억원의 해외 매출 목표액을 잡았다. KT SAT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1억원으로, 현재 글로벌 비중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초고속 무제한 해양 위성통신(MVSAT)에 집중해 서비스 출시 3년 만인 이달 초 MVSAT 누적 수주 선박 500척을 달성했다. MVSAT은 위성을 통해 바다의 선박에서 와이파이나 롱텀에볼루션(LTE), CCTV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KT SAT은 올해 1월 세계 최초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이동형 MVSAT을 통해 단기사용 선박과 연근해 소형선박까지 시장을 확대해 고객사를 1000척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해양뿐 아니라 항공도 공략한다. KT SAT은 항공기 와이파이 서비스(IFC)를 통해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통신 편의성을 개선시킬 계획이다. KT SAT은 현재 무궁화5A호와 글로벌 상용망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모기업인 KT가 손잡고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기술과 위성간의 공통표준화·에코시스템 활성화를 통해 5G 서비스가 해양뿐 아니라 산간오지, 사막까지도 확장되도록 협업도 강화한다.
양자암호통신,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 공략에도 나선다. KT SAT은 KT융합기술원과 함께 그룹 차원의 양자암호기술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양자통신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특정 정보를 암호화해 전송하는 기술로, 해킹이나 도청·복제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위성 전용망과 해상 통신망에 기술을 적용해 문서 및 해양상거래정보 유통에 보안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커넥티드 카'와 같은 개념의 '커넥티드 십(자율운항선박)'도 향후 5G가 상용화되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 SAT은 국내 대학과 협업해 가상 운항 등 시뮬레이션 단계까지 기술 개발을 마쳤다.
한원식 대표는 "해양에서는 선박들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데이터들이 중요해 이를 보호하는 문제가 우선"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KT SAT 금산위성센터 전경. / 김나인 기자
남북경제협력 시대를 맞아 북한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위성사업도 고민하고 있다. 국내 통신 및 방송망이 보급되지 않은 북한에서 위성 안테나를 구축하면 남과 북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KT SAT의 복안이다.
한편, 한원식 대표는 이날 무궁화 위성 3호 소유권 소송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데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KT SAT은 2011년 KT 위성사업단 당시 홍콩 위성사업자인 ABS사에 무궁화위성 3호 위성의 소유권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후 KT SAT은 국제상업회의소(ICC) 등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KT SAT은 내달 미국 연방 항소 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