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사업자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단위:단말장치·단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오는 27일 일몰(법안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료방송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특수 관계사를 포함한 특정사업자의 가입자 합산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즉 3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특정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로 오는 27일 자동 일몰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그간 유료방송 점유율 제한으로 가로막혔던 업계의 인수·합병(M&A)이 빗장을 풀고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케이블TV 사업자는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규제 공백'이 생겨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이 발생해 경쟁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27일 일몰된다. 국회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정치적 현안으로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연구반을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이동통신사들의 케이블TV 업체 M&A가 활발해지는 등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사업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T다. 만약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KT의 유료방송 M&A가 가능해져 KT의 유료방송 시장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KT의 시장 점유율은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합해 30.5%에 달한다.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13.7%에 비해 17%포인트 격차가 나는 셈이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도 합산규제의 빗장이 풀리면 M&A를 통해 시장 반등의 기회를 살릴 수 있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은 26.7%로 늘어나 KT의 뒤를 바짝 좇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 케이블TV 인수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TV 3위 사업자 딜라이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IPTV업계는 M&A 또는 계열사간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케이블TV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케이블TV 업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규제 자체가 사라져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달 공식 성명서를 내고 "KT의 유선 네트워크 지배력이 특수 관계자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시장으로 전이돼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 뿐 아니라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 시장을 방지할 견제장치 마련을 위해 규제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규제 일몰을 현행대로 진행하자는 측은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며 투자의지를 저해하는 반(反)산업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인 넷플릭스도 국내 IPTV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제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업자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자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넷플릭스 무료 이용권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IPTV 시장에 진출하면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