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첫 해외 기업설명회(7월 홍콩·싱가포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미국 기업설명회(IR·8~9월)….
시중은행이 최근 이 같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잇달아 쏟아냈다.
소액주주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높아진데 반해 주가가 예상 밖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은행권 채용비리를 비롯해 대출금리 부당산출 등의 이슈 등이 터지면서 불신이 커지고,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7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KB금융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배당 외에도 주가 부양을 위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는 KB금융은 올해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자사주를 활용해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를 품에 안으며 '리딩뱅크'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금융 계열사 보유를 압박하며 의외의 대어(大魚)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KB금융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는 설까지 돌았다. 롯데는 공정거래법의 금융과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2019년 10월까지 팔아야 한다.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등 금융계열사를 패키지로 묶어 매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카드와 증권 부문도 대상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KB금융과 카드·증권 패키지 매각이 협상 단계까지 진행됐다.
자사주는 M&A 과정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KB금융은 지난 2016년 2월과 8월에 걸쳐 총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취득했다. 이렇게 사들인 자사주 2155만주 중 444만주는 지난 7월 KB손해보험 및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주식교환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도 자사주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12월 말 경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이전에 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은 또 다른 빅 트리거(방아쇠·도화선)가 될 가능이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한도는 자기자본의 20%에 불과한 반면 금융지주는 13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출자여력이 6조7000원(2018년6월말 기준)까지 증가하게 된다. M&A를 통한 추가 수익원 확보 및 다각화가 가능해지는 부분이다"면서 "지난해 수준의 배당성향을 가정하면 올해 배당은 800원이 가능한데 이는 배당수익률 4.9%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5일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를 확정함과 동시에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자기 회사 주식)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주주 가치를 높이고,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 후속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이 이번에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지분은 59.15%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소액주주가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은 앞으로 이들 소액주주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주식을 신한금융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취득한 뒤,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6년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22.56%)을 인수한 KB금융도 이후 주식 교환을 통해 현대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하나금융이 고배당에 나설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크다.
SK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는 2016년 수준의 배당성향 회복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배당성향 23.2% 가정 시 기말 배당수익률은 3.2%, 연간 배당수익률은 4.1%로 기대돼 투자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의 행보도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지난 8월 말부터 지난 9월 초까지 열흘간 미국 현지에서 IR을 진행했다. 올해 3월 연임된 후 처음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상반기 경영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유치 활동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선 김 회장의 미국 장기 체류가 핀테크 업체 등 모종의 인수합병(M&A) 구상을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