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물음을 남기고 26일 마무리됐다. 그간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추진했던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통신비 대신 고가의 단말기 가격이 가계통신비를 올린 주범이라는 공감대가 퍼졌기 때문. 정부는 완전자급제 법제화 대신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26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는 전제하지 않고 있다"며 "단말기 제조사, 통신사,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나 일반 유통 매장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는 각각 서비스·요금과 단말기에 집중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통신비 인하에 투입할 수 있어 가계통신비가 절감될 수 있다.
지난 26일 사전예약에 돌입한 애플의 '아이폰XS 맥스' 512GB의 국내 출고가는 196만9000원으로, 200만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가전제품과 비슷한 고가품이 된 셈이다.
일부 단말기를 대상으로 현재도 자급제폰이 출시되고 있지만, 자급제 단말기 모델 종류가 적고 소비자 접점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 이후에도 25% 선택할인 약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힘이 실렸다.
박정호 사장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휴대폰 단말기가 30만원 정도 가량이었는데 현재는 200만원이 넘는다"며 "완전자급제 시행 이후에도 기본적으로 25%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6만여 명에 달하는 유통업의 현실을 고려해 유통점 근로자의 경력전환을 돕는 ICT 컨설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법제화가 되면 따르겠다"며 "유통문제나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완전자급제 결사반대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던 전국이동통신 집단상권연합회는 이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의 방침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보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이동통신 집단상권연합회 측은 "완전자급제 시행이 잠정 유보된 것으로 보여 연합회는 정부의 방침을 좀 더 지켜 본 후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점이 한발 물러서면서 자급제 모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소유통점은 2014년 단통법 시행이후 3만3000개에서 2만여개로 줄었고 지금도 폐업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중소유통점을 강제로 폐업으로 몰아가는 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의 기조가 완전자급제 법제화에서 활성화로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유영민 장관은 "유통점에서 일하는 6만명의 종업원과 유통 채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S9' 시리즈와 LG전자의 'G7씽큐'도 자급제폰으로 나와 점차 자급제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난 19대 국회 때도 완전자급제 도입이 무산됐듯이 자급제폰 확대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