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시작됐다."
소나기를 피해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또 국내 증시가 해외증시 동조화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는 천수답 시장을 연출하고 있는 만큼 미국 등 해외증시의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는 동시에 시세 변동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중심을 잡고 일관성있는 매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했다.
1일 대신증권 박형중 마켓전략실장은 주식자산 비중은 줄이고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박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자산가격 하락은 경기하강 리스크 확대, 저금리 기조 종료 및 유동성 축소, 미중 무역분쟁 등 구조적 문제들이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가격 하락을 야기한 원인이 단기간 내 완화될 가능성이 작아 자산시장의 강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주식과 신흥국 주식의 비중을 축소해야 하며,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대해서는 투자 시 더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현금성 자산은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채권도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가 약화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비관론자들은 최악의 경우 글로벌 증시가 'L자(字)형' 모습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쉽게 치고 올라갈 장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투자 심리도 얼어 붙었다.
주식형 펀드에서 나흘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81억원이 순유출됐다. 302억원이 새로 설정됐고 483억원이 환매로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반등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해외 주식형 펀드는 18억원이 이탈하며 하루 만에 순유출세로 전환했다.
수익률도 곤두박질 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30일 기준)은 -15.42%로 나타났다. 해당기간 코스닥지수는 23.42% 떨어졌고 코스피는 14.81% 하락했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에 관여하는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14.26%였다.
내년 시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여파는 2019년 1분기에 집중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의 6%대 성장률이 위협받고, 해외수익비중이 높은 미국기업들의 실적 우려와 미국경제의 부정적 영향도 같은 시기에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 국가안보'를 위한 대중국 고립전략으로 한 단계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경제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경기침체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 (코스피 12개월 예상 PBR 0.84배)이다. 다만 글로벌 증시에 조정이 나타난다면,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해도 한국증시만 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엔 이익 모멘텀도 다소 약화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반도체의 이익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이 환경보호 대신 경기부양을 선택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소재업종 실적도 하방 압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도 부담이다.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는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12월 금리 추가인상은 물론 내년 3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