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가 되버린 '삼바' 분식결론…증폭되는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론이 논란이 종착점이 아니라 오히려 기폭제가 됐다.
기업은 증선위의 결정에 불복하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원칙중심의 회계기준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물론 회계업계는 바뀐 기준에 맞지 않는 금융당국의 회계감독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미 소송전을 예고했다. 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회계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 구(舊)제일모직, 구(舊)삼성물산이 양사의 합병 의사결정 전에 회계법인(안진, 삼정)에 의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산정보고서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표시하기 위한 것이거나 투자자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다.
증선위의 분식회계 결론 이후 논란이 해당 보고서로 옮겨가면서 금융위가 직접 현행 제도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며 밝힌 내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와 함께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금융위를 비판하면서다.
금융위는 "보고서가 삼성물산의 합병 의사결정 전에 국민연금에 전달된 경위나 국민연금이 해당 자료를 활용한 내역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조사권한이 없다"며 "단지 회계법인이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서 금융당국에 조사·감독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은 현행법 체계상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위는 "현재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합병무효소송 항소심이 진행중인 만큼 합병결정 과정에 합병을 무효로 볼 만한 위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결과론적으로 외국계 합작회사의 회계처리를 모두 바꿔야하는 우려도 나왔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합작계약서 상 지분 비율이 '85% 대 15%'로 되어 있어도 제품 관련 동의권이나 콜옵션 권한이 있으면 단독지배가 아닌 공동지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글로벌 투자시장에 대한 아무런 이해와 고려가 없는 판단"이라며 "증선위 결정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합작회사의 회계처리를 모두 바꿔야 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회계업계 역시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립대 이영한 교수는 지난 23일 열린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특별세미나에서 이번 삼성바이오 논란과 같이 "한국의 회계규제 상황에서는 기준해석에 대한 회사와 감독규제당국의 견해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며 "반면 원칙중심 회계기준 하에서는 피규제자가 자신의 원칙위반 여부와 규제기관의 제재여부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감리당국이 특정사안에 대해 강력한 규제동기를 갖게 될 경우 사후적 결과를 중심으로 원칙중심 회계처리를 이용할 가능성에 대해 기업이나 감사인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 역시 세미나를 통해 "회계기준은 원칙중심인데 감리은 규정중심이며, 사후 적발 빛 징계위주의 감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비(非)조치의견서인 감독지침 역시 해결책이 안된다. 감독당국은 지난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전 교수는 "감독지침이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반면 사실상 회계기준의 역할을 하면서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장은 이제 법원이 됐다.
삼성바이오측은 "당사는 증선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이므로 증선위의 조치통보서가 송달되는 대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를 상대로 콜옵션 공시 누락 판단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전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결과는 치명적이다. 법원에서도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그야말로 삼성바이오 뿐 아니라 한국기업에 대한 회계신뢰도가 추락하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