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택시가 카풀 앱 도입을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운행하고 있다. / 김나인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는 17일 '카풀(승차공유)' 서비스를 본격 개시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의 'T맵' 택시가 틈새시장을 잡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카풀 서비스에 대해 택시 운전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T맵이 택시기사의 새 선택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내 목표로 세운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택시기사 수는 돌파했고, 택시 업계 호황인 연말에 이용자 수 또한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SK텔레콤에 따르면 T맵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택시기사는 지난달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국 택시기사 27만명의 약 37% 수준이다. 배차 성공률이 61%로, 6월과 비교해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SK텔레콤이 목표한 택시기사 연계 수치를 달성한 것이다.
카풀 반대집회 등을 계기로 택시기사들이 T맵 이용을 독려한 것도 가입자 증가의 원인이다.
그간 택시업계는 카카오와 카풀 서비스 상용화를 두고 '강 대 강'으로 맞서왔다. 카풀 서비스 도입 전까지 카카오가 택시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사태가 반전을 맞은 것이다.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T 대신 T맵 택시를 이용해 달라고 동료 기사들이나 승객에게 제안하고 있다"며 "카카오뿐 아니라 T맵 택시라는 선택지가 있어 독점이라는 폐해를 막을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실제 택시 업계 사이에서는 '반(反) 카카오' 진영에 선 택시기사들이 동료 기사들에게 T맵 택시를 대안으로 제안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틈새를 노려 성장 가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5년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지만 카카오T에 눌려 별 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자동차·교통 분야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시장에 조기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상무)이 T맵 택시 담당자와 함께 직접 택시 기사 면허를 취득해 운행을 시도하며 시장 흐름 파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판단 때문이다.
프로모션도 이러한 일환에서 이뤄졌다. SK텔레콤은 최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월 5회, 회당 최대 5000원의 택시비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고, 택시기사들에게도 콜 당 백화점 상품권 5000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택시기사 3만명에게 버튼식 '콜잡이'를 나눠주기도 했다. 핸들에 부착하는 콜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이용자의 호출에 바로 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AI)도 접목했다. SK텔레콤은 T맵 교통 데이터와 이용자의 이용 패턴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본격적인 카풀 서비스가 시작되는 연말에는 T맵의 기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T맵 택시기사 가입자와 실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택시가 몰리는 크리스마스나 연말 즈음에는 T맵 택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T 앱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어 아직까지 T맵 택시와 큰 격차를 보이는 만큼 실 사용자 확보를 위해 획기적인 프로모션이나 비즈니스모델(BM)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