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화투자증권>
국내 기업이 회사채 발행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있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여 주요 기업이 자금 조달을 서두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7일 크레딧 시장에 따르면 KT, 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이 1월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대우, 현대제철, LS전선, SK인천석유화학도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KT(AAA·안정적)는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착수했다. KT는 이날 3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5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다. KT는 신용평가사로부터 AAA등급을 부여받은 초우량 기업이다. 국내 AAA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은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하면 SKT와 현대차, KT 등 3곳이 유일하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6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CJ제일제당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식품업체인 쉬완스컴퍼니(Schwan's Company) 인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사는 오는 10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다른 기업도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1월 회사채 만기 규모는 3조3000억원 규모다. 지난 12월보다 1조5000억원 가량 많다. 'AA'등급 이상과 'A'등급 이하 회사채 만기가 각각 2조7000억원, 5000억원 가량이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시장 분위기를 봐서 상반기 중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의 예상도 비슷하다.
한화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12월 회사채 수요예측 부진으로 1월 회사채 발행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연초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자금집행이 몰리는 시기라 차환 수요가 많은 'AA'등급을 중심으로 수요예측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시장금리 수준이 낮아지고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짐에 따라 1월에 크레딧물 발행자 입장에서는 금리 수준은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크레딧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로 연간 신용스프레드는 전반적으로 축소세를 보인 점도 발행자에게 우호적이다"면서 " 예년 수준(3~3조5000억원)의 발행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량기업에 대한 수요는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 390%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았었고 국내 기업의 실적과 신용등급 상향 추세의 영향 때문이다.
김성훈 연구원은 "올해도 회사채 수요는 전반적으로 견고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는 하위 등급까지 회사채 수요가 높았었다면 올해는 우량 등급 위주로 선별적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