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논의가 내달로 연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안을 만들어 내달 재논의할 예정이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방송(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3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규제를 말한다. 2015년 도입됐으며 3년 후 사라지는 일몰을 전제조건으로 시행돼 지난해 6월 자동 폐지·일몰됐다.
내달 중 논의를 통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재도입된다면, 일몰된 지 8개월 여만에 다시 부활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사실상 KT를 겨냥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의 인터넷TV(IPTV)(20.67%)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10.19%)의 합산 점유율은 30.86%를 기록해 33.3%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내달 중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사실상 방송·통신 업계의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T의 경우 점유율 30.86%로 합산규제 재도입 시 M&A의 길이 막히게 된다.
합산규제를 반대하는 측은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이 진출하고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미디어 산업 발전을 막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전날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세계적인 추세로 변화해야 한다"고 사실상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통신업계 수장들 역시 M&A 활성화 등을 위해 시장논리대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 합산규제에 대해 이날 국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찬반 논의가 첨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합산규제는 소비자 후생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제도"라며 "방송 산업에 예외적 적용을 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독점적 플랫폼의 횡포는 사후규제 장치로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의 형평성은 모든 플랫폼에 대한 점유율 규제를 없애는 것으로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합산규제 재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방송의 다양성과 소비자 혜택을 이유로 들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KT와 타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큰 상황에서 KT가 케이블TV 인수 시 유료방송 시장 경쟁상황이 악화돼 1위 사업자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합산규제가 폐지되면 시장점유율 33%가 넘는 거대 독점사업자가 출현해 방송시장의 경쟁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영향력 확대, 케이블TV M&A 등 미디어산업 구조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몰된 시장점유율 규제 재도입은 사업자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이라며 "시장점유율 제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만큼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