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뿐 아니라 국내 업체인 카카오가 넥슨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넥슨 인수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업체가 인수전 참가를 검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최근 내부적으로 파트너사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등 넥슨 인수 검토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문사 선정이 정해진 바는 없지만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주 대표로서는 국내 기업이 넥슨 인수에 나서야 한국 게임 산업의 중국 종속 현상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더구나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문이자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벤처 1세대라는 인연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바 있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 매각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넥슨 인수금액이 10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반면, 카카오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시가 총액은 8조3400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단독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중국의 텐센트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MBK파트너스, KKR 등이 꼽힌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카카오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핵심 사업 부문인 게임 분야의 시너지가 제고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하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올해 IPO를 재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에 퍼블리싱을 하지 않았던 넥슨을 인수하면, 다양한 게임을 확보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카카오의 2대 주주인 텐센트에 자사 지분을 추가로 넘기고 투자금을 끌어오는 등 텐센트가 카카오를 통해 넥슨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현재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다. 텐센트가 카카오 등의 전략적 투자자를 통해 넥슨 인수를 추진하면 중국이나 국내에 부정적인 인식을 최대한 줄이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실제 넥슨 매각설이 단순히 한 개인의 판단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혁신 동력이 떨어진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위기감도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