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의 기독교청년회관(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조선인 유학생 수백여 명이 조국독립을 선포했다. 일제가 한국을 침략한 정황과 일본의 폭력성을 폭로하고 한국의 독립 의지를 밝힌 역사적인 '2·8독립선언'이다. 이는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는 내용의 기미독립선언서와 범민족적 독립운동인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시는 사이버외교관 반크,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2·8독립선언서'를 5개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에 배포한다고 8일 밝혔다. 2·8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시는 국한문체로 쓰인 선언문을 읽기 쉽게 풀어쓰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에스페란토어로 번역했다. 특히 중립적인 국제 공용어이자 식민지 청년들에게 가장 선진적인 의미를 가졌던 에스페란토어로도 번역했다.
영어는 정승희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교수, 중국어는 임금복 중국 석가장대학교 교수, 일본어는 재일 한국YMCA, 에스페란토어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에서 각각 번역했다.
2·8독립선언서는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공식 홈페이지와 반크가 운영하는 '독립운동가의 꿈'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다. 반크는 선언문을 전 세계에 있는 한글학교와 해외 한인 단체에,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전 학교에 공문 형식으로 각각 배포할 예정이다.
2·8독립선언서는 같은 해 2월 1일 만주 지린에서 발표됐던 '대한독립선언'의 영향을 받았다. 대한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조소앙 선생이 도쿄에 파견돼 유학생들을 지도해 선언서 작성이 이뤄졌다. 당시 와세다대학교 학생이었던 이광수가 초안을 작성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2·8독립선언의 주체들은 국한문체의 선언문을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영어·일본어 번역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시는 이들의 뜻을 잇고 독립의 의미를 현재화하고자 국한문체를 풀고 이를 4개 언어로 새로 번역했다"고 말했다.
황치영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3·1운동에 영향을 미친 2·8독립선언이 독립운동 역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세계에 알리는 행사가 바로 이번 선언문 번역 배포"라며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이 선언서가 우리의 독립정신과 의지를 세계로 전파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