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 시장 4위 사업자 LG유플러스가 3위인 CJ헬로를 품에 안으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CJ헬로 전체 지분의 '50%+1주'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수가는 8000억원이다. LG유플러스는 내달 주주총회를 열고 CJ헬로 인수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일단은 경영권만 확보하고 당분간 CJ헬로의 케이블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SK텔레콤 계열의 SK브로드밴드(13.97%)를 뛰어넘고 1위 KT 그룹(30.86%)에 이어 유료방송 사업자 2위를 차지하게 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점유율을 합치면, 총 24.43%다.
◆ LG유플러스, 말바꾸기?…공정위 심사 '관건'
다만, 아직 인수합병(M&A)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LG유플러스는 조만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서류 접수일로부터 최장 120일 이내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이 과정에서 '말 바꾸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2015년 말 SK텔레콤이 CJ헬로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당시 LG유플러스는 KT와 손잡고 시장지배력 전이를 이유로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을 펼친 바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추진 당시 8개월 만인 2016년 8월 불허가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도 최대 쟁점은 시장지배력이다. 기업결합을 통해 1위 사업자가 되면 요금제 등의 독과점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주체의 차이로 당시 SK텔레콤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였던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였다는 점도 공정위 심사 기준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방송통신 융합이 글로벌 추세라는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당시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CJ헬로 기업결합 승인 심사 요청이 다시 들어온다면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송통신시장에서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넘어 융합 및 대형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2016년 12월 유료방송발전방안을 통해 사업자간 자유로운 구조개편을 지원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했으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성-SO간 소유겸영규제가 폐지되는 등 규제 방향성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LG발 M&A 신호탄?
업계에서는 이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국내 방송통신 M&A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LG유플러스의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케이블TV 사업자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점유율 9.86%의 티브로드, KT는 6.45%의 점유율을 가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인수전이 성공하게 되면 KT는 1위 격차를 넓히고, SK텔레콤은 격차를 좁힐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여건 성숙과 사업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G 시대를 앞둔 이동통신사는 정체된 전통적인 이동통신 시장 대신 새 성장동력으로 미디어와 콘텐츠를 공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하면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경쟁력을 단숨에 높일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합산규제가 SO 인수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다만, 불붙은 SO 인수전에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케이블TV의 경쟁력 체제와 지역사업권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케이블TV 업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에 대해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책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인수 이후에도 케이블TV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케이블TV 역할 강화 ▲케이블TV 지역사업권 유지 및 지역성 구현 ▲고용 승계 및 보장 등의 사항이 인수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인수 후에도 기간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감안해 정부는 네트워크 경쟁체제 유지, 국가 정보통신 경쟁력 강화 및 유사시 대체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케이블TV사업을 지속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