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을 둘러싼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5G 선점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특히 내달 5G 통신망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화웨이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방영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직 세계의 일부만 대표할 뿐"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고 미국의 공세에 정면대응 했다.
영국 정보기관이 최근 화웨이 5G 장비 안보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낸 직후다. 런정페이 CEO가 해외 언론과 이러한 취지의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국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소속이다.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화웨이 보이콧이 사그라들 수 있다.
미국이 문제로 삼은 것은 화웨이의 보안이다. 2012년 화웨이 장비가 정보 유출을 하는 '백도어(back door)'를 통해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보안 이슈가 불거졌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런정페이 CEO는 "화웨이는 어떤 스파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행위를 하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한국은 이러한 미·중 5G 패권 경쟁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자칫 중간에서 애매하게 입장을 밝혔을 경우 무역 보복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비 보안 이슈로 시작된 미·중 견제는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경제 이슈로 넘어갔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평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보안 이슈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향후 5G 지도는 외교적·경제적 이익이 되는 쪽으로 양분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사업자는 LG유플러스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에서 벗어난듯한 유럽의 독자노선으로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에 유일하게 5G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5G의 경우 초기에는 LTE망을 함께 쓰는 NSA(4G·5G 복합 운영 체제) 방식으로 구축된다. 이미 LTE 도입 당시 화웨이 장비를 들여온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빠른 망 구축을 위해 같은 회사 제품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LG유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이동통신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전국에 1만2000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구축할 예정이다.
다만, 화웨이 장비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무역 분쟁 등으로 불거질 수 있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보안 이슈와 관련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국내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보안 관련, 70여 가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고,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매월 CEO 주관 전사 네트워크 품질·보안 점검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가입자 정보를 식별·관리하는 것은 유선 코어망에서 이뤄지는데 코어망 장비는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또한 LG유플러스 직원들이 관리하고 있어 5G 무선 기지국 장비에서 백도어를 통한 가입자 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은 자국의 5G 영향력을 화웨이 등의 회사를 앞세워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견제 또한 심해져 새로운 미·중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에서는 당분간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장비 사용이 논란이 되긴 하겠지만 막상 5G 상용화가 되면 큰 이슈는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