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채권을 '듀얼 트란쉐(Dual Tranche·만기와 금리 조건이 다른 두 종류 채권을 동시에 발행)' 방식으로 발행한 산업은행. 5억달러는 미국 국고채 3년물 금리에 65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3년 만기 고정금리, 나머지 5억달러는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에 85bp를 가산한 5년 만기 고정금리다.
산은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형성된 적절한 발행시기를 포착해 양호한 금리 수준에서 올해 최초 벤치마크 규모 발행에 성공했다"며 "향후 한국계 기관의 채권 발행에 유리한 금리조건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비용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채권 발행에 나섰다 하면 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3%포인트 중반대였지만 어느새 1%포인트 초반으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가산금리가 20bp 하락 한다면 약 6000만달러(전체 외화채 발행액 평균 연 300억달러에 근거) 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웃돈 주고서라도 '사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새로 나온 채권도 '뉴 이슈 프리미엄(NIP)'이 '0'이거나 아예 마이너스(-)라는 기현상을 나타나고 있다.
저리(低利) 자금 조달은 외화채무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외화대출을 받아쓰는 기업의 비용절감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 웃돈 주고서라도 '사자' 주문 쇄도,
27일 국제금융센터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채권가격은 꾸준히 높아지는(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Sh수협은행은 최근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만기는 5년이고,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10bp를 가산했다. 한화토탈도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해외사채를 발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수요예측에는 발행액의 약 4배인 15억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한화토탈의 해외사채 발행은 아시아·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발행금리는 3.914%로 미국국채 5년물 금리에 140bp 가산된 수준(5T+140bp)이다.
한화토탈 측은 "이번 해외사채 발행은 세계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 기조, 석유화학산업의 전반적인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해외 자금 조달을 계획했던 A기업 자금팀 관계자는 "우리와 미팅을 하자고 먼저 요청한 투자자들이 예년의 두 배 정도나 됐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면서 예상보다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 시장에 나온 국내 기관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흔히 투자자들은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채권에는 '뉴 이슈 프리미엄(NIP)'이란 추가 금리를 요구한다. 투자자들로선 이미 시장에 유통되는 같은 기업의 채권이 있는데 굳이 신규 채권을 살 필요가 없어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이 급한 기업들은 기존 채권의 유통금리에 0.30∼0.50%포인트를 NIP로 얹어주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NIP가 '0'거나 아예 마이너스(-)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리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국 채권을 사려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이 발행한 국내 첫 소셜본드(Social Bond)는 사실상 마이너스(-)였고, 미래에셋대우, 한국도로공사 등도 NIP없이 자금을 조달했다.
◆가산금리 20bp↓…약 6000만달러 절감
국내 기관들의 조달 비용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26일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9bp(1bp=0.01%포인트)였다. 지난 2017년 고점 대비 46bp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평채('27년)는 21bp, 수출입은행(22년)은 19bp 하락하는데 그쳤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현물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각각의 수급여건 등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평가하는 한국정부의 신용위험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또 차익거래 요인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한다.
얼마나 비용이 줄까. 시장에선 평균 가산금리가 20bp 하락 한다면 약 6000만달러 규모의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연간 300억달러 규모다.
국제금융센터 권도현 연구원은 "한국은 풍부한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지속, 금융시장의 안정성 등으로 우량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공자금을 중심으로 한국물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안정적인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한국 CDS가 큰 폭 하락하면서 국내기관의 외화 조달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