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 등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나쁨'(36~75㎍/㎥)을 기록한 날이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4일 서울에는 나흘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미세먼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시민들은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오전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시민 박소현(19) 씨는 "답답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며 "저는 젊어서 괜찮은데 부모님이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박 씨는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수년 간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미세먼지 문제를 빨리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모(18) 씨는 "마스크가 너무 비싸다. 이런 건 정부에서 좀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버스에서 마스크를 나눠준다고 하긴 하는데 배부함이 맨날 텅 비어 있다. 다 쓰면 채워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5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간 이병문(69) 씨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매년 한국에 오는 데 3년 전부터 공기가 너무 나빠졌다"며 "캐나다에서는 제가 국민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 때 봤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선진국들은 경유 값을 비싸게 책정해 사람들이 휘발유를 쓴다. 연비는 낮지만 공해가 심하지 않다"면서 "한국은 경유 값이 싼데 정부에서 디젤차 지원까지 해줘서 대기 오염이 심각해진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직장인 김모(39) 씨는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니 제 차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때 운행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5등급이었다"며 "정부에서 경유차를 사면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해서 큰 맘 먹고 구매했는데 이제 와서 팽 당한 기분"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때 운행 제한을 위반한 차량은 총 8627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지난 2월 15일 발효된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지난달 22일 수도권 배출가스 5등급 차량 40만대에 대한 운행제한을 실시했다.
시는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시 주요도로 51개 지점(100개 CCTV)에서 운행제한 위반 차량을 단속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월 22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적발된 5등급 차량은 8627대로 확인됐다"며 "전 주 평일(2월 15일) 운행량인 1만951대와 비교해 21.1% 감소한 수치"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5등급 차량 차주 23만명에게 운행제한 시행 안내문을 보냈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공해조치 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저공해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과태료 부과를 유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