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을 2주여 정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종료나 축소를 밝히는 등 잇따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영국에서의 생산 철수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영국 중부 바나스톤에 완성차 공장, 디사이드에 엔진 공장을 갖고 있으며 두 개 공장에서 32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바나스톤 공장은 1992년 생산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12만9000대를 생산했다. 이는 영국 전체 자동차 생산대수의 약 10%를 차지한다.
도요타의 영국 공장은 부품의 50% 정도를 EU 회원국과 터키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완성차의 90%를 EU에 수출한다. 현재는 수출관세가 없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혼다는 오는 2022년까지 영국 스윈던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혼다는 유럽에서 판매 실적 부진으로 적자가 계속되고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유럽 유일 생산 거점인 영국 공장의 문을 닫기로 결심을 굳혔다.
혼다가 밝힌 폐쇄 공장은 영국 남부 스윈던에 있는 생산라인이다. 지난 1992년 완공된 이 공장은 소형 승용차 시빅 등을 중심으로 16만대를 생산했다. 이 공장이 폐쇄되면 3500여개 이 자리가 사라진다.
닛산 역시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X-트레일'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종을 영국에서 생산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닛산은 지난해 브렉시트 여파로 자동차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46% 급감했다.
BMW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영국에서 '미니(MINI)' 차량의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영국에 있던 생산라인을 오스트리아로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미니 차량 등을 생산하는 옥스퍼드 인근 카울리 공장에서는 연간 20만대 이상의 차량이 생산된다.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만 4500여명에 달한다. 생산 라인을 철수할 경우 지역 경제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럭셔리 영국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계속해서 영국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포드는 영국 내 엔진 생산 시설을 축소시켜 일자리를 400개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영국 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재규어랜드로버는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45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있는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으로의 차량 수출이 막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이뤄지고 문제가 구체화된다면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브렉시트 협상 마감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2차 승인투표는 12일 진행된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1월 브렉시트 1차 승인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한영 FTA(자유무역협정)를 다시 맺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예전과 같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영국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관세조정 등 유예기간을 거쳐 1년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