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말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말로 '촉나라 정치가 제갈공명이 울면서 총애하는 젊은 장수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을 지녔다. 제갈공명은 왜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 것일까. 당시 촉나라는 위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속은 "패배 시 목숨을 내놓겠다"고 승전 의지를 피력했다. 고민 끝에 제갈공명은 자신의 전략을 마속에게 공유한 후 전쟁에 내보낸다. 하지만 마속은 전쟁에서 제갈공명의 전략이 아닌 다른 전략으로 위군에 맞서다 대패한다. 결국 제갈공명은 엄격한 군율을 위해 마속의 목을 벤다.
읍참마속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눈여겨볼 점은 읍참마속 후다. 제갈공명은 읍참마속이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이렇다 할 승전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 중 건강 악화로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갈공명 사후다. 촉나라에 제갈공명의 뒤를 이을 마땅한 인물들이 없었던 것. 결국 촉나라는 등애와 종회, 두예 등 걸출한 명장들이 즐비했던 위나라에 나라를 잃고 만다. 역사에 만약이란 말은 없다. 그럼에도 만약, 제갈공명이 읍참마속을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역사와 다른 전개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읍참마속을 연상시키는 상황이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이 위장전입·부동산 투기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 최근 '대통령 지명철회' 불명예를 얻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이를 방증한다. 조 후보자가 지명철회 절차를 밟자 야권에서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경질을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 민정수석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가 읍참마속을 곁들여 '조 민정수석 경질'을 주장했듯, 조 민정수석은 현 정부 청와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실제 조 민정수석은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자 민주당 정부 최장기 민정수석비서관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의 신임도 상당하다. 앞서 불거졌던 공공기관장 부적격 인선 및 청와대 특감반원 비위 논란 때도 조 민정수석은 직을 유지했다. 이쯤이면 청와대가 읍참마속 후 촉나라 상황이 어떠했는지 아는 모양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무조건 자리 내던지는 게 능사일까"라고 조 민정수석 경질에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