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조선업에서는 예외인 듯하다.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가동이 가능한지 시험하는 시운전 업무의 경우 근무시간 책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달 노사 합의로 시운전 업무도 하루 8시간 근무로 간주하는 '간주근로제'에 합의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의견을 일치하지 못했다. 유예기간인 이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현재 시운전 업무 인력을 제외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인력을 더 투입해 교대 근무로 이를 해소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어 근무시간을 조절한다는 취지다.
시운전은 일주일동안 해상에 떠다니기 때문에 근무 시간 책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노사 합의를 이루거나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 게 상책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운전 물량이 많아질 경우 탄력근무제를 실시해야 근무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입장이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 시행 시까지 계속해서 처벌이 유예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회기가 오는 5일까지인 임시국회 기간 내에 법이 통과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주 52시간제 계도시간은 지난달 31일로 종료됐다.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이 이 제도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시정명령 후 근로기준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난해 7월 도입하면서 현장 혼란을 대비해 처벌 유예(계도) 기간을 뒀다. 본래 지난해 12월 말이었던 계도 기간은 올해 3월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그러나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했다고 해서 곧장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위반 사업장에 대해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 내에 문제를 개선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정부가 부여하는 시정 기간은 기본 3개월에서 추가 3개월 연장이 가능해 최장 6개월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준수 여부와 관련해 오는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사업장 3000여 곳에 대해 예비 점검하고 이중 장시간 근로 우려가 높은 600곳을 선정해 8월 말까지 근로감독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