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된 권오갑 현대중공업 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에서 조선업 중간지주사로 분할한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로 선임됐다. 권 부회장은 회사가 민감한 현안에 부딛혔을때 변화와 혁신으로 해결책을 내놨던 인물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로 선임했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점 소재지는 서울 계동 현대사옥으로 최종 확정됐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가삼현·한영석 대표이사는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를 맡을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 민감한 현안을 진두지휘했다. 권 부회장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 4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책임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이 대표이사로서 한국조선해양의 경영을 직접 챙기며 당면 과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비상근직등기임원이었지만 이번에 상근직으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권한과 책임이 모두 이전보다 커졌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기업결합 심사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중 한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양사의 합병이 좌초된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주요국 경쟁당국과 사전 논의에 들어갔다. 권 부회장이 직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한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설득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양사 노조 모두 이번 인수합병을 거세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3일 '주주총회 무효'를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벌였으며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현대중공업의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무산시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에도 7시간동안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노조는 주총 무효화를 위한 투쟁을 노조원들의 사내 파업과 금속노조법률원을 통한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주총 무효소송(본안 소송) 등 두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본안 소송은 현대중공업노조 뿐 아니라 소액주주인 일반시민들을 소송단으로 모집해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갈등이 계속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자리를 잡는 데 장시간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권 부회장은 2016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지주사 전환과 구조조정 등 고용 현안이 불거지면서 노조의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순환출자 고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를 해소하고,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조선 부문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에서 다시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은 건 현재 시기가 중요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를 투자사업을 담당할 존속 법인 한국조선해양과 분할 신설 사업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의 2개 회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