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유업계가 세계 최대 원유 운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고 후 운송보험료 인상 등으로 긴장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수입 물량의 70%가량을, 중국도 8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런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 등 걸프국들은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국내 석유 운송 통로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곳의 정세 불안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피격사건으로 운송 보험료가 많이 인상됐다"며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 다른 곳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Dubai)유를 수입하는 길목이 막히게 되면 브렌트(Brent)유나 서부 텍사스(WTI)산 원유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곳은 폭이 30∼4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란은 물론 어느 쪽이든 결심만 하면 군사적으로 쉽고 빠르게 봉쇄할 수 있는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연초 45.41달러에서 지난 21일 57.07달러까지 25% 급등했다. 이 기간 원유생산량은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이란간 갈등 고조로 국제유가는 지난 20일 5.74%가 급등했고, 지난 일주일 상승폭은 8.62%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후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했다. 이에 사우디는 하루 100만배럴 생산으로 화답했으나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급락으로 재정이 악화됐다.
실제 사우디 5월 원유 생산량은 965만 배럴로 감산 기준을 웃돌았다. 지난 1월 OPEC 감산합의시 사우디의 생산량 목표 기준은 1030만 배럴이었다.
OPEC 감산합의가 6월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OPEC 국가들이 서둘러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우디 요청에 따라 쿠웨이드, UAE 등은 감산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해에서 지난달 12일과 이달 13일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2척), UAE(1척), 노르웨이(1척) 선사의 유조선이, 이번 달에는 노르웨이(1척)와 일본(1척)의 유조선이 기뢰 등으로 추정되는 수중 무기로 공격받아 훼손됐으며 20일에는 미군의 정찰용 무인기(드론)가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 미국은 이번 달 공격의 주체가 이란 혁명수비대라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