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별 기존 무허가건축물 현황(2019년 3월 기준)./ 자료=서울시
서울시가 오랜 기간 방치된 무허가건축물을 관리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정비한다. 그러나 변경된 지침 내용에 화재 예방 관련 대책이 빠져 있어 서울시가 무허가건축물 안전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시내에는 총 2만7208동의 '기존 무허가건축물'이 있다. 기존 무허가건축물이란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져 무허가 건축물대장에 올라간 건물을 뜻한다.
기존 무허가건축물은 법 규정이 아닌 지침에 의해 관리된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데다가 해당 지침이 지난 18년간 정비 없이 운영돼 무허가건축물이 화재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월 14일 중구 을지로4가 인근 철물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2개동이 전소됐고 4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이 난 건물은 1981년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건축물이었다.
작년 1월에는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이 화마에 휩싸였다. 총 48개 점포 중 18개가 불에 탔다. 모두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하던 가게들이었다.
기존 무허가건축물은 구청이나 소방서의 안전관리 단속 대상에서 빠져있어 화재 예방에 취약하다. 이날 시에 의하면 기존 무허가건축물은 성북구에만 3371동이 있다. 이어 용산구(2732동), 노원구(2398동), 관악구(2075동), 서대문구(1926동), 동대문구(1664동), 동작구(1649동), 중구(1580동) 순으로 많았다. 서울시내에 시한폭탄 같은 건물이 3만동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시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서울특별시 기존 무허가건축물 업무 처리 기준'과 '기존 무허가건물 행위 완화 신고 사무처리 지침'을 통해 무허가건물들을 관리해왔다.
이번에 변경된 지침은 ▲건축법 조항과 일치하도록 지침 내용의 조항 변경 ▲상속으로 인한 명의 변경 시 상속인이 다수일 경우 대표자 1인을 선정해 명의 변경 ▲개·보수 업무처리를 '기존 무허가건축물 행위 완화 신고 사무처리 지침'으로 일원화 ▲담당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문책 내용 삭제 등을 골자로 한다. 행정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내용만 있을 뿐 시민 안전과 관련된 대책은 전무하다.
특히 시는 지침을 수정하면서 "신고 승인내용 위반 등 적출 건수에 따른 파면, 감봉, 견책, 훈계, 경고의 과도한 문책으로 업무처리 시 담당 직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문책 내용을 삭제했다.
안전 대책 마련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무허가건축물이 자연 소멸될 때까지 단속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며 "적법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안전 대책을 만들어 추진하기 어렵다. 기존 무허가건축물에 대해 서울시가 나서서 소방설비를 지원한다던가 하면 불법적인 건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무허가건축물을 적법한 건축물로 양성화하면 가장 좋겠지만 태생부터 무허가로 지어져 건축법상 건폐율, 용적률에 맞지 않는 건물이 많다"며 "또 토지주와 건축주가 분리된 경우도 있어 손을 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