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마사히로 지음/니시야마 치나, 함인희 옮김/그린비
15년 후면 일본에서 연간 20만명 이상이 고독사한다는 충격적인 예측이 나온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늙어서 병에 걸리거나 빈곤에 빠지면 도와줄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족 난민'이란 가족을 꾸리고 싶어도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가족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책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동일한 싱글 범주 내에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싱글이 살고 있는지 탐색한다. 나아가 199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며 풍족한 생활을 누렸던 미혼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자립을 포기하면서 기생하는 독신(패러사이트 싱글)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히 그려낸다. 어느덧 중년을 맞은 이들은 노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하다 부모가 죽은 후 '가족 난민'이 돼 버린다.
책은 '정상가족'이라는 환상이 '가족 난민'을 양산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낡은 사회 제도와 관습이 가족 난민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는 삶을 지향하는 가족'을 이상으로 전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일갈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의 3배 이상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미래다. 저자는 정상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개인을 정책의 기본 단위로 설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닌 마음 맞는 사람끼리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셰어하우스'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제안하는 등 지금 우리가 귀 기울여 할 방안을 제시한다. 생애미혼율 25% 사회의 충격,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미래 '가족 난민'을 구원할 방법. 224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