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해리스 지음/노정태 옮김/생각정원
밀레니얼 세대는 '혜택받은 세대'로 불린다.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뛰어난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자랐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배우고 최고의 스펙을 쌓으며 자란 청년층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막대한 학자금 대출과 고용 한파로 완벽하게 성실한 요즘 것들은 전무후무한 가난에 시달린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구조 속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통계와 위트 있는 사례로 밀레니얼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전 과정을 '인적 자본 관리' 프레임으로 파헤친다.
아이들이 인적 자본이라면 이들을 양육하는 일은 투자가 된다. 투자는 아이가 일자리를 얻어 소득을 올리기 시작할 때 빛을 보게 된다.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가 필요하다. 기술 발달은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게 했고 아이들은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쉽게 회복할 수 없어 모두가 한계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동안 세대론을 다룬 책들은 세대 바깥에 있는 꼰대들이 밀레니얼을 관찰하며 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88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 저자는 직접 경험한 미국의 초·중·고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몸수색을 하고 책가방을 뒤진다. 한 줄로 서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게 만들고 경찰관과 면담도 한다. 복도 쓸기를 시키고 징벌방에 가두는 일은 흔한 풍경이 됐다. 저자가 말하는 '요즘 학교'다.
처벌을 통한 관리가 제1의 원칙이 돼 버린 학교에서 아이들은 매일 공권력을 마주하며 성장한다. 지각을 한 학생은 교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경찰이 복도에 남은 지각생을 쓸어낸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곧장 내쳐진다는 사실을 미국의 아이들은 배우고 있다.
책은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사회에서 성장했는지 짚어보며 청년층이 떠안은 미래 과제를 분석·전망한다.
연대와 저항을 모르는 스펙 괴물 '밀레니얼'은 무한 경쟁, 적자생존 사회에서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456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