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할머니(강북구 번동, 64세)가 SK텔레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제공하는 '두뇌톡톡'을 통해 인지능력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세 가지 힌트를 드릴게요. 자동차에서 볼 수 있다, 운전할 때 꼭 착용해야 한다, 생명을 지켜주는 벨트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안전 벨트'. 하루 한시간 30분씩 매일 이 같은 퀴즈를 풀어 두뇌를 자극하면 치매 발병 속도를 최대 9년까지 지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취약계층 어르신들은 매일 일상생활에서 누군가와 대면해 이 같은 인지능력 향상 훈련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도우미로 나섰다. 사회적 가치를 기치로 내건 SK텔레콤의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통해서다. 이 같은 AI 복지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SK텔레콤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회적 기업 행복한 에코폰과 서울 강북구 번동 및 노원구 중계동 LH임대단지 내 독거 어르신 및 장애인 등 총 500세대를 대상으로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서비스(특화)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삼화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내에서 임상실험을 통과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AI 스피커 '누구'에 접목했다"며 "LH의 행복커뮤니티 프로젝트 동참을 계기로 더 많은 기관 및 지방정부와의 협업관계를 확대해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및 외로움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8개 지자체(서울 성동구·영등포구·양천구·중구·강남구·서대문구, 경기 화성시, 대전 서구)의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ICT 돌봄 서비스' 순차 시행에 나선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2100 가구 규모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LH와 협력해 현재 9개 지자체, 3600 가구로 규모가 늘었다.
특히 투자하기로 한 30억원 중 5억원을 들여 치매 예방 서비스 '두뇌톡톡', '소식톡톡', '건강톡톡' 등을 탑재했다. 두뇌톡톡은 SK텔레콤과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했다. AI 스피커 '누구'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아리아, 두뇌톡톡 시작해"로 호출하면, 총 12가지 유형의 퀴즈를 풀게 된다. 개인별 퀴즈 완료 횟수와 게임 진행 일자 등은 통계 데이터로 관리된다. 이 퀴즈는 현재 주요 대학병원과 전국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등 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지 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성기반 AI 서비스로 풀어낸 것이다.
이준영 교수 연구팀원인 윤정혜 차 의과대 부교수는 "65세의 1%, 75세의 14%, 85세는 2명 중에 1명이 치매가 발병한다"며 "특히 중년이 되면 머리 쓰는 것이 게을러져 그간 쌓아온 자원이 메마른다. 인지훈련을 하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혜 부교수에 따르면 AI 스피커로 치매 예방에 나서는 경우는 국내외적으로 이례적이다. 치매 예방 효과가 있으려면, 매일 사용해야 하지만 기존 대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AI 스피커 특성상 시간, 장소 제약 없이 어디서든 훈련을 할 수 있어 두뇌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복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K텔레콤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활용하고 싶다는 지자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예산이 배부돼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지난 8월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2억5000만 파운드(약 3700억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의료 서비스에 AI 활용을 확대하면 질병에 대한 조기진단 등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은 "지자체와 LH가 임대주택 거주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협업하고 운영했으면 한다"며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주면 지자체들도 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